한국의 추월 경계하는 일본 종합무역 상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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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종합상사라고 하면 그 정보조직이나 끈기·활력 면에서 가공할 맹렬집단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2차대전후의 잿더미에서 오늘날의 선진공업국으로 부상한데는 종합상사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컸다. 일본 종합상사는 외무성보다 정보가 빠르고「가미가제」만큼 용감하며 황군 이상의 충성스런 사람들이 모여 전쟁하듯 장사를 하는 집단으로 간주된다. 이 일본 종합상사가 무서워하는 더 극성파가 있다. 바로 한국기업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상대가 안되나 그 맹렬한 추격세엔 일본 종합상사들도 찬탄과 두려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얼마 안가 세계곳곳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마전 일본의 유력 종합지인「문예춘추」에서 삼정물산, 삼능상사, 일상암정, 이등충 등 대표적 종합상사대표들의 좌담회를 열었을 때 장차 가장 두려운 「라이벌」이 한국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엔지니어링」및 건설업체 대표들도 얼마안가「플랜트」수출에서 한국에 추월 당할 우려가 있다고 매우 걱정스런 전망을 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일본 종합상사들이 10∼20년 전에 세계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와 같이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종합상사는 50연대에 싼 노임과 지대, 최신설비의 장점을 최대로 살려 처음엔 경공업에서 차차 중화학 제품으로 바꾸고 요즘엔 고도 의 지식 정보산업을 팔고 있다. 이젠 일본상사는 정보력·기동력·자금력을 종횡으로 구사하여 세계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또 이것이 일본의 수출입국의 기둥이 되고 있다. 무자원 열도인 일본의 좁은 땅덩이에서 1억 명의 인구가 먹고살려면 장사밖엔 없다.
일본10대 종합상사의 사원은 약7만 명으로 일본취업인구의 0.1%이지만 이들이 벌어들이는 몫은 GNP의 3분의1. 일본의 종합상사 사원들은 근면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의「로열티」도 강해서 항상 사회 우선의 운명 공동체적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쟁 에서 이기는 힘이 되고있다. 생활을 즐기는 구미의 기준에서 보면 일본사람들은 일하는 것이 전쟁하듯 결사적이라고 약간 경멸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일본상사도 한국의 극성 앞엔 자신을 잃는다. 일본 만해도 웬만큼 살만하니 옛날보다는 덜 악착스러워졌다. 일본의 기업체질이 다소 선진국형이 되어 옛날과 같은 값싼 노임을 배경으로 한 인해전술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세일즈맨」을 한달 출장 보내면 하루평균 2백「달러」씩 약5천「달러」가 든다. 아직까지 저임에도 의욕적으로 일하는 한국과는 경쟁이 안될 수밖에 없다.
석유 파동 후 세계장사의 격전지는 중동 산유국인데 여기서 일본상사들이 한국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고 자탄들이다. 일본의 노임 인상은 건설공사는 물론 「플랜트」수출에도 지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은「베트남」에 있던 군대가 그대로 중동으로 옮겨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단적으로 맹렬하게 일을 하니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고 감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어느 날 국왕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심야에도 전깃불을 켜놓고 도로건설을 하기에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했더니 한국 사람이라 하여 국왕이 크게 감격했다는「에피소드」는 일본상사에서 사원교육용으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부지런한 것에 비해 전체로서의「팀웍」능률면에서 떨어진다는 것이 일본측의 자위. 그러나「한국을 경계하라」란 말을 요즘 일본기업들이 부쩍 자주 쓰고 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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