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의 자율적 경쟁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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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장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 싫든 좋든 경제의 국제화는 불가피하다. 또 경제의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그에 맞추어 정책의 지도원리나 기업 활동의 운영방식도 적절히 조정되어야 할 필요성도 커지게 마련이다.
전경련의 건의서『국제화 단계에 부응한 우리 경제의 좌표』는 1백억「달러」수출을 앞두고 민간과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기본과제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정책 보고서의 기본함축은 요컨데 국제화 시대의 경제 지도원리를 합리·효율·경쟁에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 경제활동 영역이 학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론의 제기는 얼른 보기에 새삼스러운 논의 같기도 하나 이전에도 소위 민간주도형 개발의 중요성은 자주 논의 되어온 터고 정부의 활동 영역이 너무 방대한데 따른 문젯점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계획의 효율성에 대한 신뢰가 너무 일반적이어서 언제나 민간의 역경은 과소평가 되어온 셈이다.
이제 물량이나 구조에서 대내외 거래의 폭이 엄청나게 커진 현실에서도 과연 정부의 보호와 간섭이 가능하며 또 그것이 반드시 효율적인가는 재검토 되어야 할 단계에 왔다. 개방체제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보다 탄력적이고 능률적인 경제운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정책이 그것을 뒷받침할 만큼 신축적인지는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대외거래가 넓고 다양해질수록 경쟁조건은 더욱 까다롭고 복잡해지는데 획일적이고 경직적인지도 원리만으로 대처하기는 너무도 벅차지 않은가.
민간기업의 자율적 경쟁능력의 확보 없이 보호와 지원으로만 지탱할 수 있는 국제경쟁은 효율도 낮고 그 실익에 비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도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과도한 정책개입과 행정관리의 더 큰 폐단은 시장기능을 유지하는데 불가결한 각종 부속장치들을 거의 못쓰게 만든 점이다. 이런 부속장치들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첨예화된 국제사회의 경쟁에 이기기 위한 일반 경쟁조건을 갖추기가 힘들 것이다.
민간활동 영역과 정부기능의 한계를 재점검하고, 보다 자율적인 경쟁부문을 확충하라는 전경련의 건의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정책권고로 판단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우기 1백억「달러」수출을 눈앞에 두고 경화되고 있는 국제 경제여건에 비추어 종전까지의 신축성 없는 지원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부로서도 거의 한계에 이른 수출 지원체제를 보다 경쟁 촉진적으로 정비해야 하겠지만 민간업계에서도 자체 정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경영의 조직과 내용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보다 기능적으로 재편성하고, 대금의 조달이나 운용에서도「코스트」를 기준으로 보다 다변화·능률화시키는 능력이 증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만간 경협체제도 민간중심으로 이끌어져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소화능력에 약간의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국제금융「채늘」외 다각적인 활용에 익숙하지 못하여 자칫 자금「코스트」만 높일 우려도 없지 않으므로 당분간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후견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전경련의 이번 건의는 민간 경제계의 현실인식과 지향의지를 대충 집약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책 입안과정에서 음미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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