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에 과시한 자신감과 설득력-박 대통령 연두회견의 배경과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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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의 12일 연두기자회견은 자주와 자립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 80년대의 완벽한 자주국방·자립경제와 교육·문화의 주체성확립 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는 것은 올해 회견의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박대통령은 북괴에 대해 커다란 두가지의 제의를 했다. 하나는 74년 연두기자회견에서 제의했던 남북한상호불가침협정 체결제의를 거듭 촉구하고 이 협정이 정식으로 체결된 뒤에는 주한미군의 철수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또 하나는 식량원조 제의다. 이 두가지 제의는 자주국방과 주곡자급의 달성이라는 성과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주와 관련된 시책표현이다.
77년도 우리나라 국방비는 전체국가예산의 35%.
이 숫자는 작년과 동일한 것으로 75년 하반기부터 실시된 신설방위세 부담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것을 GNP로 북괴와 비교해 보면 75년말 통계로 국방비 부담이 우리가 4·9%인데 비해 북괴는 14%이다.
미국에서의 군사원조도 무상은 금년으로 모두 끝나고 외국군사차관(FMS)이 계속되나 이것은 사실상 글자그대로 차관으로 평균년 이자가 8%나 되며 무상군원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국방장비 증강에 있어 서구선진 여러 나라들로부터도 군장비의 판매교섭을 받고 있으나 대종이 아직도 미국인 것은 한미 우호관계의 전통에 비추어 미국에서 사들여 오는 것이라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방 개념은 어디까지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데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주한미군을 북괴의 적화통일 야욕의 오판을 막는 상징적 존재로 여겨왔다.
또 하나 식량원조 제의는 75년에 주곡자급을 이미 달성, 쌀·보리 합해 정부에서 현재 남아 돌아가는 양곡만도 1천5백만석에 달하는 경제성장에 연유한다.
민간에서 보유한 것을 모두 합치면 2천3백만석이 잉여 주곡량이다.
이런 제의와 관련, 박 대통령은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나는 80년대를 완전 「자립의 시대」로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펼쳐 보인 80년대 청사진은 국민1인당 GNP 1천5백「달러」, 수출 2백억「달러」, 농가소득 2백만원의 선진공업국형.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밝힌 정부의 3대 시책 목표는 △총력안보체제 공고화 △경제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유지 △국민총화 체제 강화다.
국민총화체제 강화를 뒷받침하는 서정쇄신은 『국가 흥망과 직결되어 있어 안보적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표현으로 나왔듯이 계속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종래와 달리 처벌위주론 보다는 △지도층의 솔선수범 △정당한 방법에 의한 돈벌기 △탈세·주식위장공개지양 △능력과 노력에 의한 출세 △돈을 물쓰듯해서는 안되는 일 등 다분히 정신 혁명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색다르다고 하겠다.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개발정책이나 사회복지정책은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념은 『그 나라 실정에 알맞게 신중을 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허울좋은 복지제도 보다는 경제성장을 저해 않는 범위 안에서의 복지정책』을 실현하는 것.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국민의료보험제도」도 오는 7월부터 직장단위 지역단위로 점차 실시되며 국민학교 육성회비는 올해부터 80년대까지 점차 전액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혜택을 4차5개년 계획기간 중 확대한다는 구체적 시책이 제시됐다.
회견에서 교육과 문화시책이 피력된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교육정책에는 특히 청소년 선도문제가 내세워졌으며 요즘 학원의 면학분위기를 만족할만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사치와 낭비풍조, 총화를 해치는 지각없는 행위, 극단적인 이기주의 사조 등을 추방대상으로 열거했다.
박대통령은 특히 북괴의 대비한 경제·군사력의 우위를 밝히고 『남한에서 미군만 철수하면 당장 하루아침에 자기네 뜻대로 모든 일이 척척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나 이것은 오산이며 환상』이라고 역설한 점은 적극 화해 가는 안보대책의 배수진으로 보아야할 것 같다.
회견에서 국내 정치문제 등에 대해 소신표명이 없었던 것은 조용한 정국유지와 함수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같으나 아쉬운 대목으로 짚어질 것 같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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