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답 이전에, 싸워야 할 자리를 먼저 찾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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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준결승> ○이세돌 9단 ●우광야 6단

제8보(82~91)=큰 싸움이 벌어졌다. 이런 바둑, 구경꾼은 좋다.

 82 침입은 이 한 수. 이런 자리는 망설이면 안 된다. 아무리 읽어도 답을 알 수 없는 곳에선 마음을 다잡는 편이 훨씬 낫다. “한 판 싸우자!” 실력이 늘어갈수록 되든, 안 되든 싸워야 할 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러곤 버텨야 한다.

 주변 흑이 강하니 백이 위태롭다. 좌중앙 흑 두터운 곳으로 흑이 백을 밀어내고 있다. 흑도 조심한다. 82 이하 86까지 절대 수순일 때 87이 조심스러운 수였다. ‘참고도1’ 흑1이 감각적으로는 손이 먼저 가는 자리다. 두고 싶다. 그러나 백4가 역습의 급소로 a 이하 타개한다. ‘참고도1’ 백2에 대해 ‘참고도2’ 흑1 젖히면? 흑이 살아가는 와중에 백도 살아간다. 흑a엔 백b로 순응해서 좋다. 백보다 흑이 더 급한 상태라 백의 타개는 쉽다.

 수순 중 88은 타이밍. 이후 A와 B 단수를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90도 좁지만 급소로 이젠 백도 탄력적인 모양을 갖추었다.

 현재 국면은 백이 몰리는 상황이다. 관전자의 눈에는 백이 위험하기만 하다. 그러나 수는 대국자가 잘 보는 법. ‘참고도1’ 백4가 역습의 급소인 것처럼 이세돌의 눈에는 또 다른 역습의 급소가 이미 잡혀 있었다. 백도 위험하지만 흑은 안전하냐?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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