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전용 화랑까지 마련|활기 띠는 재불 한국 화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6년을 보내는 「파리」의 한인 화단은 두개의 전시장을 갖게 돼 전례 없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불 한국 대사관 전시실과 「파리」 A구「페로네」가에, 이응로 화백이 낸 고려 화랑은 앞으로 재불 화가들뿐만 아니라 한국 화가들의 「파리」 창구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대사관 전시실에서는 재불 화가전 (22명이 참석)이 11월22일부터 12월17일까지 열렸으며 고려 화랑에서는 12월 한달 동안 이응로 신작전으로 첫선을 보였다.
재불 화가들의 활동은 중진들이 선국전에 총력을 기울인 탓으로 연례 없는 부진상을 보였다. 문신·김창렬·한묵·이봉혁 등 중견 작가들과 이응로 화백이 서울 전시를 했다. 그러나 이성자 여사는 「유네스코」 주최 「그룹」전에 참가, 호평을 받았으며 김기린씨 (본명 김정환)가 지난 10월19일부터 1주일간 개인전을 가졌고, 더욱 71년 서울대 미대 출신인 이윤희 양은 동양화로서 「살롱·도톤」 (10월), 「도빌」 국제전 (10월) 남불 국제전 (2월), 「르·살롱」 (5월)에 각각 입선했다.
대작 7점을 현대 예술 국제전의 일환으로 전시한 김기린씨는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사는 등 그의 독특한 추상화로써 토대를 굳게 다진 셈. 그림 수선 전문가이기도 한 김씨의 그림은 검정색 작업. 온통 검은색 투성이로 구성되어 있다.
검정은 색이 아니라 인간에게 의식적인 것을 환기시키는데 목적이 있으며 안 (흑)과 밖(백)의 문제를 제기시키는 철학적인 바탕에서 출발했다고-. 내년 3월 「파리」 전시회를 위해 서울에서 반t짜리 대작을 2점이나 제작해 왔다고 했다.
신진 여류로 부상하고 있는 이윤희 양은 섬세한 「터치」로 「프랑스」의 풍경을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응용. 표현한데 「파리」 화단이 주목한 근거가 되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파리」에 온 후 동양화-서양화, 구상-비구상으로 바꾸는게 통례인데 이양만은 계속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남불 국제전에 낸 『일몰』, 「도빌」 국제전의『바다』와 『「알프스」의 겨울』 「르·살롱」전 입선작 『풍경 I』『풍경 Ⅱ』, 그리고「살롱·도톤」 (가을전)의 『풍경 Ⅲ』 등이 모두 「프랑스」의 산하를 실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화랑 개설전이 된 이응로 화백의 그림은 점점 『그림이 젊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금년도 하반기의 신작 33점을 전시한 이 화백은 한글과 한문을 바탕으로 한 「컬리그러피」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적인 것에서 동적으로 이행하는 인상이었다.
『평화와 무희』를 주제로 삼았다는 이 전시에서 원색을 감미한 일부 그림과 창호지로 무희를 「모자이크」한 것. 그리고 『평화·삼천리 강산』 등의 한국인의 소망을 바탕으로 그린 「컬리그러피」가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국전 대통령상 수상 작가 강정연씨 등 22명의 작가가 참가한 대사관 주최 전시회는 참가한 연인원 1천5백여명을 기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