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강약의 2중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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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의 체질에도 강건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듯이 국민경제에도 강약이 구분된다. 경기가 좋을 땐 그 구분이 어느 정도 희미해지지만 일단 위기가 오면 그 우열은 선명히 부각된다. 국민경제의 체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안고있다. 또 가변적이다.
「오일·쇼크」는 각국의 국민경제의 저력을 시험하는 일제 고사 같은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후의 심각한 경제불황을 통해서 각국의 저력은 확연히 드러났다. 경제우등생과 열등생이 구분되는 정도를 지나서 그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같은 선진 공업국이라 해도 미국·서독·일본은 계속 강해지는 대신 「이탈리아」·영국·「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서독·일본은 경기회복도 빠르고 모. 내년 전망도 비교적 밝다. 영국·「이탈리아」·「프랑스」는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년 경기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이탈리아」같은 나라는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영국은 거의 「제로」성장, 「프랑스」는 2∼3%선이다.
일본이나 미국이 6%선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영·불·이의 경제가 얼마나 바닥에서 기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 물가도 여전히 강세다. 「오일·쇼크」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미국경제의 부상이다. 자원파동을 겪는 동안 지대 박물한 미국의 저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이젠 「달러」는 강세 통화의 위치를 되찾았다. 물가와 국제수지가 모두 건실해졌다. 경기회복 과정에서도 앞섰지만 내년에도 5∼6%정도의 꾸준한 안정성장이 예상되고있다.
미국경제의 저력회복은 자원이 많은데다 노동생산성의 급격한 향상에 원인이 있다. 미국은 경기 자극책을 쓸 수 있는 경제여력을 갖고있다. 경기를 자극하려면 적자 재정·감세·금융완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 잘못하면 「인플레」와 국제수지위험을 초래하는 고육책이다. 따라서 영·불·이 등은 경기 자극책을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이미 「인플레」가 넘실거리고 있는데다 국제수지 파탄이 무섭기 때문이다.
영·불·이 등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금리를 견지하고 세출을 줄이고 있다. 그러니 경기가 올라설 수가 없다. 현재 경기 자극책을 쓸 여력이 있는 나라는 미국 외에 서독·일본 정도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진원이다. 전세계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카터」대통령 당선자의 선거공약 때문에 내년 초엔 어떤 형태로든 경기 자극책이 단행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미 연방준비은은 재할금리와 예금준비율의 인하를 단행했다. 높은 실업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금융완화의 문을 연 것이다.
서독은 전통적으로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 기조이므로 대담한 경기 자극책은 기대할 수가 없다. 서독은 평가절상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만큼 안정기조에 대한 확고한 범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다. 지난7월 서독 경제성은 76년의 성장률을 6%로 전망했으나 최근 5.5%정도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금년보다 약간낮은 4.5∼5%정도로 보고있다. 물가는 선진공업국 중 가장 낮아 금년도 4∼5%정도로 예상되지만 내년은 4%선으로 안정시킬 계획.
76년 중 서독의 통화공급량은 10%가 늘었는데 산업계에선 경기자극을 이유로 내년에도 9∼10%증가를 요망했다. 그러나 서독연방은행은 통화공급을 늘리면 「인플레」의 재연이 우려된다고 하여 내년 통화증가율을 8%선에서 억제키로 결정했다. 서독은 실업자 홍수가 난다든지 하는 사태가 없는 한 안정기조를 포기 않겠다 고 단언하고 있다.
일본은 경기 자극책을 쓰도록 여러 방면에서 압력을 받고 있으나 구조적으로 대담한 행동을 못하게 되어있다. 환율을 계속 높게 유지하면서 수출을 늘리고 수출 급증으로 경기상승을 지탱해온 것이 일본이다. 내년부턴 내수주도의 경기상승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오랜 관성의 급전은 어려울 것이다.
일본경기는 여름부터 정체상태에 들어갔으나 국제수지와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있다. 내년의 성장전망은 전매청이 공식적으로 금년의 5.6%보다 약간 높은6.5%로 잡고있다. 민간 기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나 국민 경제 연구 협회와 같은데선 7.9%까지 보고있다.
일본경제의 저력에 비추어 내년엔 안정 속의 착실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며 특히 복전 수상의 취임과 더불어 경제전망은 한결 밝아졌다는 분위기가 민간 「사이드」에 팽배하고 있다. 야촌 종합연구소는 내년에 도매 5.6%(소비자8.2%)에 6.2%의 성장을, 「미쓰비시」는 물가6%에 6.1%의 성장을, 산일 증권은 물가5.5%에 6%의 성장을, 국민경제연구협회는 물가4.4%에 7.9%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에선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금년보다 좋아진다는 점에선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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