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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세월호 기사 중 ‘버큰헤드호 정신’ 설명 없어 아쉬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2호 30면

4월 20일자 중앙SUNDAY 1면은 세월호 실종자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고개를 파묻고 두 손 꼭 모아 기도하는 모습, 그 얼마나 간절할까 절로 눈물이 났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대부분의 지면을 세월호 침몰 관련 특집기사로 채웠다. 지금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상중이다. 하지만 이 매체 저 매체에서 서로 엇갈리는 보도가 잇따르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확인되지 않은 분석까지 겹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대책반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중앙SUNDAY의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기사는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먼저 팩트에 충실하기 위해 합동수사본부와 해경 관계자의 일문일답을 논평 없이 그대로 게재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선장 이준석씨가 구속 수감되기 전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도 그의 과거 이력과 함께 자세히 실었는데, 다만 선장의 말이 여러 기사에서 반복된 것은 옥에 티였다.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에 대해 ‘버큰헤드호(號) 정신’이 없었음을 탓하면서 생경한 ‘버큰헤드호’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 점도 아쉬웠다.

‘46개 중 1개만 터진 구명뗏목, 두 달 전 안전 이상무 판정’ 기사에서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형 화물 선적과 관련해 ‘대부분의 연안 여객선이 그동안 해온 관행이었다’는 하역 담당자들의 증언이 충격적이었다. ‘미국, 50개 민관 기구 한곳에 모아 지휘·통신체계 일원화’ 기사는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응하는 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경제면에 실린 ‘저성장 시대의 혁신 전략’ 기획 시리즈 첫 회도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연관 지었다는 점에서 그 순발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핵 항공모함과 잠수함 82척을 보유한 미 해군의 원자로 안전사고가 60년 동안 단 한 건뿐이었던 것은 운영과 안전 관리체계를 통합하고 기술개발팀에 안전 관리를 맡겼기 때문이란 설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몇 년 전 일본 대지진 때를 생각한다.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에 달했다는데, 그 당시 일본인들의 공황과 슬픔이 이랬을까?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는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까맣고 딱딱한 석탄 탄생의 배경을 다양한 발상과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엮어내는 게 마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는 듯했다. ‘공적 언어 vs 사적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외국어로 번역된 내 작품을 읽는 건 마치 장갑을 끼고 연인을 애무한 것 같다’는 말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있어 번역의 중요성을 잘 대변해줬다.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사용하는 공적 언어와 일반 국민의 사적 언어가 너무나 다르다는 분석에도 눈길이 갔다. 짤막하지만 묵직한 키워드를 남긴 칼럼이다 싶다.



조유현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대행사와 출판사·잡지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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