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가 너무 많은 일 복전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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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이 「후꾸다」를 필요로 할 때가 틀림없이 올 것』이라고 「후꾸다」가 장담한 것은 4년 전의 일이었다.
「다나까」전 수상에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이같이 독백했던 「후꾸다」가 거당 일치로 8대 자민당 총재로 추대되어 일본 정치의 주역은 「미끼」체제에서 「후꾸다」체제로 이행됐다.
일본 정가에서는 「후꾸다」체제를 「후꾸다」 「오오히라」연합의 신체제라고 부르면서 「미끼」 「나까소네」 구체제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 파벌 문제와 관련해서 자민당이 주류파와 비주류파로 양분된 상태에서 당내 기반이 약했던 것이 「미끼」체제였다.
「후꾸다」 체제는 보다 복잡한 여건 속에서 출범한다. 당 개혁과 파벌 해소를 과제로 발족했기 때문에 「오오히라」간사장을 비롯, 「에자끼」 총무회장(전중파) 「고오모도」 정조회장(삼목파) 등 당 3역의 인선이 결과적으로 파벌 안배가 됐지만 종래 전적으로 파벌 안배 식이었던 인선보다는 여당 체제 쪽에 역점이 두어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끼」전 총재가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케 되자 총 선거와 관련, 「오오히라」파와 「다나까」파의 향방이 주목됐었다.
「다나까」전 수상과 맹우 관계인 「오오히라」는 「다나까」파와 연합하여 총재직에 도전할 수도 있었으나 「후꾸다」후계를 노려 간사장직을 수락했다. 「후꾸다」는 남아있는 당직 인사와 조각에 있어서 3분의1정도를 젊은 중견의원으로 메울 예정으로 있다. 노장 정치가 특징이었던 「미끼」체제와는 달리 파벌 해소·당 근대화·정국안정·안정보수 재 구축을 위해 「후꾸다」체제는 새로운 「이미지」심기에 애쓰는 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자민당이 잘 되면 일본은 안정된다』는 공통 심리가 깔려 있는 보수 본류에서는 전통적 보수의 기수인 「후꾸다」 등장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고도 성장 정책이 국제수지와 물가를 도외시한다고 주장해 온 「후꾸다」가 안정 성장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야백중의 중의원 의장직을 맡게 될 「호리」 당 개혁의 기수 역할을 하게 될 「오오히라」 간사장, 정체한 행정에 새바람을 넣으려는 「후꾸다」 수상 등 3거점 방식이 어느 정도 적중할 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후꾸다」 체제는 단명일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다.
자민당 재생과 시급한 경기 회복은 주어진 난제인데 정치 여건은 종전보다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중의원 부의장직을 사회당에 넘겨주고 16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4개 정도를 야당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또 7개상임 위원회가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국회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안정 정치」는 벽에 부딪칠 것으로 전망된다.
참의원 선거를 내년 7월로 앞두고 있어 「후꾸다」체제는 그때까지 배수진을 치고 보수 재생의 터전을 닦아 놓지 않으면 시련을 맞게 될 것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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