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도 역시 승부의 관건은 체력이었다.「콜롬비아」제1회 세계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일본·자유중국 등「아시아」3국이 모조리 상위권으로부터 밀려난 것은「힘의 약세」 라는「핸디캡」이 너무나 컸고 그것을 극복할만한 차원 높은「테크닉」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테크닉」이란 상상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는「힘의 증강」 만이 동양야구에 부과된 과제라 하겠다.
교투에 교타 등 세밀한 재주에 능란한「아시아」야구로서는 폭발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기동력이 뛰어난 미주「스타일」의 야구를 도저히 누를 수가 없을 듯이 보였다.
특히 한국「팀」은「볼·컨트롤」이 안정된 강속구의「에이스·피처」가 없는 것이 결정적인 헛점이었다.
야수들의 수비가 뛰어나고 타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마운드」가 불안해서는 결코 강 「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야구의 생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마운드」의 약체를 계투 작전이라는 운영의 묘로 살릴 수 있다고 믿은 발상은 변명할 수 없는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또 출발 때의 3위 입상이라는 목표 자체도 당초부터 외국의 수준을 잘못 평가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팀」에 전혀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도미니카」와의 경기가 재경기로 됨으로써 불운의 1패를 추가했던 것을 비롯, 「니카라과」「파나마」와의 경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것을 방심으로 놓쳐버렸던 것이다. 이3「게임」만 승리했을 경우 한국 「팀」은 8승2패라는 뛰어난 전적으로 수위대열에 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모두 10「게임」에서 88개의 안타를 날리고 90개의 안타를 허용했던 한국「팀」은 일본과 자유중국을 제압하여「아시아」최강이라는 지엽적인 성과를 한가지 거두었지만 종합전적에서 일본에 뒤떨어지고 보니 그 뜻도 퇴색해 버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 중 윤동균·김재박·우용득·김봉연·김일권 등이 착실한 타격을 보였고 비교적 덜 알려진 김유동이 맹활약을 했으나 전체적으로 적시타에 약했고 수비에서는 더운 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복이 심해「에러」를 양산, 이길 수 있는「게임」을 놓친 또 하나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다.
요컨대 한국야구는 체력이 좋은 대형선수의 대량발굴과 함께「에이스·피처」의 육성에 집중적인 힘을 쏟는 한편 지략적인 경기운영의 지도자가 나와야 세계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콜롬비아=노진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