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결국은 체력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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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야구에서도 역시 승부의 관건은 체력이었다.「콜롬비아」제1회 세계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일본·자유중국 등「아시아」3국이 모조리 상위권으로부터 밀려난 것은「힘의 약세」 라는「핸디캡」이 너무나 컸고 그것을 극복할만한 차원 높은「테크닉」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테크닉」이란 상상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현실적으로는「힘의 증강」 만이 동양야구에 부과된 과제라 하겠다.
교투에 교타 등 세밀한 재주에 능란한「아시아」야구로서는 폭발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기동력이 뛰어난 미주「스타일」의 야구를 도저히 누를 수가 없을 듯이 보였다.
특히 한국「팀」은「볼·컨트롤」이 안정된 강속구의「에이스·피처」가 없는 것이 결정적인 헛점이었다.
야수들의 수비가 뛰어나고 타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마운드」가 불안해서는 결코 강 「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야구의 생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마운드」의 약체를 계투 작전이라는 운영의 묘로 살릴 수 있다고 믿은 발상은 변명할 수 없는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또 출발 때의 3위 입상이라는 목표 자체도 당초부터 외국의 수준을 잘못 평가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팀」에 전혀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도미니카」와의 경기가 재경기로 됨으로써 불운의 1패를 추가했던 것을 비롯, 「니카라과」「파나마」와의 경기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것을 방심으로 놓쳐버렸던 것이다. 이3「게임」만 승리했을 경우 한국 「팀」은 8승2패라는 뛰어난 전적으로 수위대열에 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모두 10「게임」에서 88개의 안타를 날리고 90개의 안타를 허용했던 한국「팀」은 일본과 자유중국을 제압하여「아시아」최강이라는 지엽적인 성과를 한가지 거두었지만 종합전적에서 일본에 뒤떨어지고 보니 그 뜻도 퇴색해 버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 중 윤동균·김재박·우용득·김봉연·김일권 등이 착실한 타격을 보였고 비교적 덜 알려진 김유동이 맹활약을 했으나 전체적으로 적시타에 약했고 수비에서는 더운 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복이 심해「에러」를 양산, 이길 수 있는「게임」을 놓친 또 하나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다.
요컨대 한국야구는 체력이 좋은 대형선수의 대량발굴과 함께「에이스·피처」의 육성에 집중적인 힘을 쏟는 한편 지략적인 경기운영의 지도자가 나와야 세계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콜롬비아=노진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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