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 대표 배구 선수 사퇴-박인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선명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가 대표 선수로서 활약하고 싶은 욕망은 모든 운동 선수들의 최대의 영광이며 또 희망이기도하다.
그러나 이 영광과 희망을 미련 없이 내던지고 「몬트리올·올림픽」행 l백여일을 앞둔 지난 3월, 『나 자신을 찾자』며 여자 배구 대표「팀」에서 탈퇴했던 1백69cm의 거포 박인실 (24) 선수. 그녀가 지금은 서울 한강여중 (영등포구 양평동) 체육 교사로 탈바꿈해 있다.
서울 중앙여고 3년 때 국가 대표 선수로 선발된 이래 74년 「멕시코」 선수권 대회, 「테헤란」「에이시언·게임」, 75년 「아시아」 선수권 대회, 「프리올림픽」 등에서 한국 최강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녀는 지난 3월25일 태릉선수촌의 훈련장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영원히 배구 「코트」를 떠났다. 이같이 상승 가도에 있던 그녀의 돌연한 사퇴는 대표 선수 중 유일한 학사 (서울대 사대 체육과 졸) 선수로서 동료들과의 개인적인 부조화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선수를 지도·관리하는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서 깊은 자성과 교훈의 여운을 짙게 남겨주었다.
지난 7월6일 한강여중에 부임한 그녀는 이제 배구와 인연을 끊고 체육 선생으로서, 그리고 영어 등의 보충 수업으로 바쁜 일과에 묻혀 과거를 되씹을 여유조차 없다. 『내년에는 미국에 유학, 교육학을 전공해서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미국에 가게 되면 「아르바이트」로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해 아직도 배구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배구 「코트」를 밟았거나 또는 떠났다. 그러나 한국 여자 배구 최대의 거포로 떠올랐던 그녀가 남긴 공백은 당분간 메워지기 힘들 것 같다. <조이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