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기자의 현장 르포] 마지막 소조기… 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운 절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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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딸아 어디에 있니···”

24일 오후 4시40분 진도 팽목항. 거친 물살이 그나마 잠잠해진다는 ‘소조기’의 마지막 날. 시신이라도 온전히 건지기를 희망하는 부모들의 절규가 가슴을 울렸다. 가족대책본부에 있던 4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지원상황실로 발길을 옮겼다. 팽목항 총괄 책임자인 최상환 해경 차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지난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바지선을 교체하느라 수색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저기서 책임자 나오라는 소리가 빗발쳤다. 고성과 욕설, 몸싸움도 오갔다. 결국 최 차장은 가족들 앞에 섰다.

가족들의 첫 질문은 ‘대체 언제 애들을 구할거냐’는 거였다. 최 차장은 연신 계속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가족들은 “600명 이상의 잠수부를 투입했다고 해놓고 눈으로 확인된 건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 차장은 “8명씩 교대로 들어가는데다 한번 (물에)들어갔다 나오면 휴식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대가 필수”라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승강이에 가족들은 애가 탔다. 한 부모는 “이러다 시간만 가면 우리 아이 찾을 수 없다”며 절규했다.

실종자 가족 40여명은 이날 낮 진도군청의 대책본부로 찾아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적극적인 수색을 요구했다. 하지만 맑은 날씨에도 잠수요원이 기존에 약속했던 것보다 적게 투입됐다는 확인 되지 않은 소식이 번지며 분위기는 거칠어졌다. 결국 오후 5시30분, 가족대표단은 팽목항을 찾았다. 이들은 이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 차장을 둘러싼 채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땅바닥에 가족들과 함께 앉은 장관 일행은 욕설과 함께 거센 항의를 들었다. 가족들은 민간 잠수요원들을 투입해 총력 수색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무전기에 흘러나오는 현장 시신 수습 소식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떠들썩한 분위기 사이로 한 어머니는 조용히 울음을 삼켰다. 파란 수건을 감싸고 있던 어머니는 무전기의 시신 수습 소식에 말없이 얼굴을 감쌌다.

일부 가족들은 바지선 교체에 비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특정민간업체(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혜택을 주기 위해 기존에 투입된 바지선과 잠수사들을 철수시켰단 내용이었다.

사고 발생 9일째. 처음엔 실종자의 인상착의가 발표될 때마다 내 아이가 아니길 바랐다. 이젠 살았든 죽었든 한번만이라도 내 품에 안아보고 싶다. 이러다 영영 내 아이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내 새끼는 차디찬 물속에 있는데…”

눈이 퉁퉁 부은 어머니는 딸아이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부여잡으며 울부짖었다. 가족들의 얼굴 뒤엔 슬픔이 가득했다.

이렇게 속절없이 하루가 또 저문다.

진도=이진우 기자
사진=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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