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76년의 경제… 계획과 실적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정 융자 수단 되기도>
『이번 것은 어때요 괜찮습니까?』
『좋습니다. 청약하십시오』
발행 시장은 항상 만원이다. 증권 거래소를 에워싼 27개 증권회사 본·지점 영업장에는「핸드백」을 옆에 낀 가정 주부들도 예사롭게 드나들며 증권 시세판을 응시한다.
증시는 정부의 강력하고 끈질긴 자본시장 육성책에 힘입어 그 규모에 있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랄만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증시의 금년도 자본 조달 실적은 12월11일 현재 ▲주식 공모 6백60억2천2백만원 ▲유상 증자 9백17억4천8백만원 ▲회사채 7백77억8천만원, 총 합계 2천3백55억5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비교 기준 연도인 71년의 실적 29억4천만원(주식공모 8억5천만원, 증자 20억9천만원)에 비해 무려 80배 이상으로 비약한 것이다.
주식 인구로 보아도 71년의 8만명이 올해는 1백7만명으로 13배 이상이 증가, 주식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올해 공개한 업체는 상반기에 62개사 6백1억원, 하반기에는 연말까지 26개사가 1백50억원을 조달한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증권 사고도 대형화, 바야흐로 증권시대의 막이 열렸음을 알려주고 있다.
N소금은 회사 자본금을 빼먹고 7억2천만원을 위장 결산, H맥주는 주식을 위조해 22억5천만원을 부정 융자, 또 K기업은 주식을 위장 분산해 각종 세금을 포탈했다.

<증권 저축 등 유도 못해>
공개법인 요건 미달·공인 회계사 감사 의견 부적정 및 무의견, 결손 및 무배당, 10%이상 자본 잠식, 3개월 거래 형성 무, 투자자 보호 및 포장 관리상 필요 등 이유로 특별 「포스트」에 지정된 회사는 신규 상장을 제외하더라도 2백51개 상장회사 중 72개로 전체의 29%에 달하고 있다.
부실기업의 공개, 불량 주식의 상장 및, 유통, 상장회사의 부실화 등 증시의 갑작스런 양적 확대에 따른 부작용들이 피치 못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제약 「러쉬」도 저발행가가 빚는 『안정된 투기』에 그치고 있다. 발행 차액만을 목표로 상장 후 곧 매각하는 단기 투자는 공개 정책이 의도하는 증권 저축과는 거리가 먼 상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공개 회사 창업주들은 공개 전에 재산 재평가를 해서 평가 차액을 자본 전입하고 늘어난 주식을 일반에게 매각하는 소위 『물 타기(Stock watering)』로 내자 동원의 의의를 감소시키고 있다.
올해 상장된 67개회사 중 20%에 가까운 13개사의 주식 시세가 액면가를 밑돌아 『투자자 보호』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기채 시장의 문제도 심각하다. 회사채 발행은 올 들어 급증했으나 일부 전환 사채를 제의하면 일률적으로 연18.6%의 보증채 뿐 이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인수 회사마다 소화난을 겪었다.

<자진 공개 유도 힘써야>
정부는 『배당 또는 이자를 겨냥한 건전한 장기 투자』를 권유하고 있으나 기업의 전망, 산업별 이익율, 상품의 시장성, 소비성향 등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경제 체제에서 증권을 장기간 퇴장시킬 고지식한 투자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우량 기업의 계속적인 공개는 국민 경제 내지 국민 복지의 향상을 위해 바람직스러운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올해는 적정 발행채 및 기타 수단을 통한 자진 공개의 적극적인 유도와 공개 이후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르지 못하고 공개를 위한 공개 등 의욕이 앞섰던 한 해였다.
지난 7월28일에 발표된 증권 관계법 개정 시안은 ▲장기 기업 자금 조달의 지원 체제 구축 ▲공정 거래 기반의 확충 ▲투자자 보호 제도 등을 보강하고 있으나 행정 당국의 증시 관리 의도가 강력하게 반영돼 있다.
특히 시장규제를 전담할 증권 관리 위원회는 재무부 장관이 지휘·감독하고 위원장의 결정을 시정, 정지까지 할 수 있어 과연 독립적인 의결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심받고 있다.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은 복잡한 법 개정보다는 운용의 묘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종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