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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좀더 넓은 가정」가졌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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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영애 박근혜 양은 12일 하오8시 동양 「텔리비젼」을 통해 1시간 동안 특별 회견을 가졌다.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뒤를 이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담당해 온 박 양은 지난 1년간 나환자·전몰유족·고아·수재민, 그리고 야간 무료 진료원 등을 보살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회와 평소 생각했던 우리나라 정신 개혁 문제·사회복지 문제·여성 의식 발전의 방향·자연보존 문제 등 광범위하게 소신을 밝혔다.

<경제발전·정신 혁명을 병행>
박 양은 『물질만능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부작용은 아예 처음부터 뿌리 뽑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경제 발전에 못지 않게 정신 개혁 운동을 일으켜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정신적인 면에서도 선진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양은 『바람직한 복지사회란 모든 국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라야 참다운 복지사회라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정신적 가치관이 확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물질문명만 발달하니까 많은 청소년 범죄 등 사회적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데 경제발전과 더불어 정신 개혁 운동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퍼스트·레이디」역할에 대해 박 양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달라져야 하는데 어머니의 뜻을 이어 일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잘 깨달아서 어머니와 같은 성실한 태도로 일을 하나하나 완수해 보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텔리비젼」회견을 가진 박 양은 지영선(중앙일보) 우혜전(서울신문) 강혜숙(합동통신) 박귀영(코리아·타임스)씨 등 네 기자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다음은 박 양의 회견 요지.

<어머님 뜻 마음에 되새기고>
-지난 1년간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느낀 점 어려웠던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올 한해는 부족한대로 맡은 책임을 완수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크고 작고간에 할 일은 많은데 기억에는 한도가 있어 작은 공책을 늘 준비해 가지고 다니며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하곤 했죠. 그리고 일을 하는 틈틈이 읽고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배우고 발전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나온 어머니의 전기를 읽으면서 한치도 소홀함이 없이 맡은 바를 다하시려는 어머님의 듯이 다시금 마음에 새겨졌어요.
올해도 좋은 일과 어려운 일이 얽혀진 한 해였고,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한 것, 큰 풍년을 맞은 것, 무료 진료소가 영세민을 돌본 것,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일, 국어 순화 운동이 활발했던 것은 좋은 일이었고 일부 청소년의 범죄가 많았던 것, 부정 식품이 범람했던 것은 나쁜 일이었어요. 건전한 국민 운동으로 고쳐 나가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겠죠.』

<산업 전선의 여성에 관심을>
-여성 봉사단의 창설, 「걸·스카웃」·자연보존 협회의 명예 총재로 무척 바쁜 한해를 보냈는데 특히 아쉬웠던 점, 보람있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불우 이웃돕기 운동이 어느 해보다도 활발했었다는 것이 참 보람있는 일로 느껴져요. 그 동안 전쟁과 가난, 사회 불안 등으로 정신·물질적으로 여유가 없던 것이 이제 인심 좋던 우리 민족 본연의 자세를 되찾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불우 이웃돕기가 우선 가까운 이웃을 위해, 그리고 즉흥적으로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계속됐으면 합니다.
국민 소득이 1천「달러」, 2천「달러」로 늘어나도 국민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느낄 수 없다면 바람직한 복지사회라고 할 수 없을거예요. 아무리 크고 좋은 병원이나 양로원이 세워져도 환자와 노인에게 친절한 봉사가 없으면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없겠죠.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발전했고 이제 복지사회 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처음부터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좋은 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6년의 여성계를 돌아보면서 좋았던 점과 부족했던 점, 그리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세상에는 하고 많은 직장이 있지만 가장 훌륭하고도 어려운 직장은 가정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여성이 직접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정을 통해서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해요.
「좀더 넓은 가정」을 갖자는 거예요. 즉 이웃도 내 가정에 포함시키고 마을도 내 가정에 포함시켜서 마을의 구석구석을 어머니의 손길, 여성의 손길로 가꾸어 나가자는 거죠. 이렇게 나아가면 국가 전체에 여성이 기여하는 역할도 상당히 크리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여성들 가운데 기술공이나 직장인으로 산업 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가장 큰 소망 중의 하나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여성 전체가 산업 전선의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해외 여성 지도자나 귀빈들을 접대하는 동안 그들에게 비친 한국관은 어떠했습니까?
『상주하다가 떠나는 분들은 머무르는 동안에 한국이 굉장히 빨리 변화했기 때문에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퍽 흥미로 왔다고 이야기해요. 또 오랜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 동안 몰라보게 발전한 데 감탄해 마지않아요.
그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사람에게서 느끼는 것은 대단히 부지런하고 활기에 차 있고 또 배우려는 학구열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불우 청소년에 교육 기회를>
-우리나라의 장래와 국민적 국가 의식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는 그 동안 역사적으로 큰 시련과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노력과 투지로 민족상을 지키고 더욱 굳센 힘을 길러 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경제가 발전되고 우리 상품이 세계 곳곳에 수출됨에 따라 우리는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하건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정신 문화 발전과 자연보존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어떤 물질을 소유한다면 그것은 자기 혼자만의 것이지만 우정이나 사랑·신용·봉사 같은 정신적인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게 돼요.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소유함으로써 점점 풍요하게 되고. 자연보존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셨는데 우리나라에 두루미와 학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퍽 반갑게 읽었어요.
자연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참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평시에는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예부터 자랑해 왔던 금수강산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각 마을과 국민 각자가 노력해 가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의 설계와 염원을 말씀해 주십시오.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도 한 인간을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은 어떤 적이 아니라 우리 국민 자신인 것 같아요. 확고한 우리의 자세를 갖춰야 하겠어요.
내년엔 4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데 영세민의 무료 진료가 계속돼야 하겠고 자연 보존이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고 직업 훈련원 등이 지방 곳곳에 세워져 불우 청소년이 교육의 기회를 갖기 바랍니다.』
-새해에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입니까?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어려움과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에 부딪치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의 행·불행보다는 맡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며 또 한해를 맞으려고 생각해요. 국민 여러분의 각 가정에 더 큰 발전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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