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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훈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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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한 항공대학 「커리큘럼」을 보고 어리둥절했던 일이 있었다. 비행기의 구조나 조종술에 관한 교육 과목은 전체 교육 시간의 3분의1에 지나지 않았다.
그 나머지 시간은 음악·미술·문학, 그리고 「스포츠」로 짜여져 있었다. 예능 교육이 주조를 이룬 셈이다. 음악이나 미술은 이론 또는 그 역사 등의 과목이 절반쯤이며. 나머지는 보기였다. 도대체 이것은 예능 학교의 분위기에 걸 맞는 교과 과정이었다.
이 항공대학 학장의 세 명이 인상적이다. 현대의 항공 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다. 1년을 단위로 생각하면 그 변화의 정도는 실로 엄청나다. 항공대학의 교과목은 도저히 이 변화를 쫓아갈 수가 없다.
문명의 「템포」가 황새걸음이라면 교육의 속도는 뱁새 걸음이다.
문제는 그런 변화에 어떻게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런 교육의 한가지 방식이 바로 두뇌에 회전력과 융통성을 주는 예능교육이라는 것이다. 두뇌가 어떤 한가지 기능에 굳어 있는 상태보다는,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부드러운 상태에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기능 인력의 수요가 왕성해지면서 직업훈련의 문제가 점차 사회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직업 훈련법까지 제정되어 있다. 5백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체(77년부터는 2백명 이상)는 최소한 그 종업원의 15%를 기능 훈련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실은 직업훈련을 질로서보다는 양으로 측정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형식적인 훈련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직업 훈련이 과연 생산적 투자인가를 회의하는 경영자의 사고 방식도 문제다.
지난 10일 삼성문화재단이 주관한 경제 「세미나」에서도 바로 이런 문제들이 열띤 토론의 과제가 되었다. 한국 생산성 본부의 연구「팀」은 우선 직업훈련의 생산성을 비교한 사례 분석도 시도해 관심을 모았다.
어떤 직종의 기능공은 2년 단위로 그 생산성이 「피크」에 달한다는 측정도 있었다. 이런 경우 직업훈련을 실시하면 2년 후의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극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같은 날 전경련과 한국 교육 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또 다른 「세미나」에서도 같은 문제가 다루어졌다. 이 「세미나」에선 직업훈련이 인간관계의 조정과 개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항공대학의 예능 교육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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