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개스 중독 대책은 없는가|겨울 「안방의 사신」을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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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방 사신-연탄 「개스」의 중독 사고를 막자』-. 한해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연탄「개스」가 법정 전염병보다 치명적인 사고로 등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예방책은 속수무책. 당국의 무관심과 연탄 사용자들의 부주의 등 때문에 「개스」 희생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12월 들어 8일까지 서울 시내에서 만도 90여건의 연탄 「개스」 중독 사고가 발생, 41명이 목숨을 잃었고 60여명이 중태에 빠졌으나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
연탄 「개스」 중독은 핏속의 혈색소가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결합, 인체의 조직 세포에 산소 공급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상태.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백10배나 강한 결합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기 중에 0·07%만 섞여 있어도 중독 증세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
「개스」 중독 사고의 원인 가운데 으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온돌 불량.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3백16건의 「개스」 중독사고 (10월말 현재) 가운데 온돌 시공 불량으로 일어난 것이 1백35건으로 43%를 차지하고 있다.
아궁이 구조 때문에 빚어진 중독사고는 54건으로 온들 불량에 버금가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 빈발하고 있는 것은 부엌에서 목욕하다 일으키는 「개스」 중독 사고. 부엌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연탄불 위에 대야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면서 혼자 목욕하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연탄 「보일러」 시설을 갖춘 가옥도 항상 「개스」 사고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굴뚝의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온 「개스」가 벽장이나 벽 틈으로 스며들 우려가 있기 때문.
이밖에 불량 난로를 사용하다 「개스」 중독 사고를 일으킨 예도 있다.
서울대 의대 고압 산소 치료 실장 윤덕로 박사 (예방 의학 전공)는 『연탄 「개스」 중독이 발생 빈도나 치사율에 있어서 어느 전염병보다 높은 무서운 사고』라고 지적하고 『계몽위주의 소극적인 대책보다 주택 구조 개선·강력한 제독 연구 활동 추진 등 적극적인 대책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개스」 중독 상태를 2단계로 나눠 처방을 제시했다.
의식은 있으나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나며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경우에는 환기에 힘쓴 뒤 심호흡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
대증적 욧법으로 「아스피린」·APC 등 진통제를 복용시키거나 「피리독신」 등을 주사하는 것도 치료 방법의 하나.
의식을 잃은 상태의 중증일 때는 고압 산소기가 설치돼 있는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 산소 욧법을 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 시내에 고압 산소 치료기가 설치된 곳은 모두 20개 병원뿐인데 목숨이 붙어 있기만 하면 여하한 중독 환자도 98%이상 살려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연탄 「개스」의 중독으로 인한 합병증이 호흡기 질환·피부 및 근육의 병변·배뇨 이상·기억력 상실증·운동 실조·우울증·정신이상 등 수없이 많기 때문에 「개스」 중독 사고 방지의 생활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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