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업종별 명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경기가 기조적으로 금년보다 다소 정체로 들어가면서 업종별로는 명암의 차가 크게 날 것 같다. 금년 경기는 전자·기계·섬유 부문이 주도했다. 수출 기업의 가동율을 보면 기계가 1백% 「풀」 가동을, 섬유·전기 기기는 97%, 신발·「타이어 가 94%선을 기록했다. 기계·전기·철강·석유 화학 등은 시설 확장도 활발했다.
호황에도 불구하고 섬유·피혁 등은 시설 증가가 부진하다. 73년 호황 때 폭발적으로 늘린 섬유 시설이 그후의 불황기에 무척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시설 확장에 무척 신중해 진 것이다. 음료·운수·제재 주택 등 내수 관련 부분은 수출 편중의 금융 체제 때문에 돈도 없고 수요도 한산하여 증설 의욕이 위축된 상태다.
건설부문은 큰 돈줄인 정부 공사가 침체하여 활기를 잃었다. 때문에 건설은 해외로 돌파구를 찾어 바야흐로 중동에서 「골드·러쉬」를 이루고 있다. 중동 행 「버스」에 끼기 위하여 각 기업 「그룹」들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 건설 수출 계약은 연말까지 당초 10억「달러」를 계획했으나 28억「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80년까지 1백억「달러」에 이를 예상. 수출 지상의 현 체제로선 기업을 키우고 공장을 돌리려면 손해가 나도 수출의 언저리에서 늘여야 한다.
근년에 들어 또 하나 두드러진 현상은 투자 「패턴」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기업 「그룹」들이 경공업에 한계를 느끼고 중화학에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으나 구체적 「프로젝트」 선정엔 아직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뭐니뭐니해도 수출 부문엔 금년에 자금이 쏟아져 나갔다. 금년도에 외환부문의 통화 증발이 4천억원에 이른다. 이 돈이 설비 투자로 「링크」 되지 못하고 대기 자금으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 「그룹」들이 신규 사업의 개척보다 연관 기업의 흡수 합병에 더 주력하는 경향이 많다.
금년의 경기 「패턴」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경련이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자·타이어·기계·철강·제약·판유리 등은 내년에 호황이 기대되고 합판·제당·석탄 등은 침체에서 허덕일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협회에서 낸 내년도 수출 전망을 보면 전자·금속·양말·직물·의류·도자기·타일·운동구 등이 금년보다 50% 이상, 철강·양식기·면제품·피혁·「메리야스」가 30∼40% 늘어나고 엽연초·시멘트·스웨터 등이 10% 증가에 머무를 예상이다.
정부에서도 내년엔 수출 경기가 둔화될 것이므로 주택·전자·기계 등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의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77년 예산이 확정되었고 또 세출의 경직성이 심하므로 재정에서 경기 정책을 쓸만한 여력이 없다.
따라서 너무 누증된 외환고를 쓰든지 금융 「채늘」을 돌릴 수밖에 없다. 외화 대부의 확대는 어미 검토되고 있다. 금융 「채늘」의 전환은 현재 수출부문으로 편중되는 자금 공급을 실비 투자로 「링크」시키는 방법인데 이는 현 수출 지원 제도의 개혁을 뜻한다.
현재와 같이 수출부문에 돈이 자동적으로 나가면 정부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제한된다. 업종별로 골라서 투자를 환기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중화학공업으로 돈을 돌려 선별 지원을 하면 정부 계획에 의해 업종별·기업별 부심이 크게 좌우된다. 기계·전자·주택 등에 정부가 중점 지원을 한다 해도 기업 모두 일률적으로 다해 줄 수는 없다. 기업을 골라야 한다.
따라서 내년엔 정부의 뜻에 의해서도 업종별 경기의 명암이 두드러질 것이다. 금년이 수출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지원된 것과는 다르다. 또 선택된 업종에 「프로젝트」를 잡기 위하여 기업들도 혼전을 벌여야 할 것이고 이의 참여 여부는 기업의 성원에 직결될 것이다.

<최만석><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