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앞서가는 「중진권」겨냥|확정된 4차5개년 계획과 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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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획이란 것이 본래 그런 것이지만 4차5개년 계획도 장미빛으로 짙게 채색되어 있다. 대망의 80년대의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이 만발한 중진권에 들어가고 물가는 연7%선에 안정되며 국제수지는 차관걱정은커녕 돈을 빌려주게 되어있다. 또 1인당GNP(국민총생산)는 1천5백「달러」를 상회, 풍요한 문화 생활을 만끽하게 된다.
지난 6월 발표된 시안을 토대로 확정한 4차5개년 계획은 당초 시안과 골격은 같지만 계획목표는 훨씬 더 희망적이다. 7·4%로 잡았던 75년 성장율이 8·3%로 확정되고 76년 성장 율이 15%선으로 확대될 전망임에 따라 GNP를 비롯한 여러 계획 목표가 자동적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동안의 해외경제의 악화여건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4차5개년 계획 기간 중에도 세계경제는 연평균 4∼5%선으로 성장하면서 물가는 5∼6%로 안정되고 세계무역은 8%씩 순조롭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요즘 심화되고있는 세계경제의 정체나 후퇴정도는 강력한 정부의 목자적 편달과 불꽃같은 의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한국의 수출이 1백억「달러」를 넘어서도 선진제국으로부터 계속 따뜻한 보살핌과 기특함에 대한 우대를 받는다고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의 수출이 계획 기간 중의 연평균 성장율은 시안의 9%에서 9·2%로, 물가 상승 율(GNP 「데플레이터」기준)은 7·6%에서 8·8%로 높아졌는데 이는 첫해인 77년의 계획목표를 현실화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4차 계획의 기조는 성장·물가·국제수지 모두에 지선의 욕심을 내고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두운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실감한 바다.
1∼3차5개년 계획에서도 경제규모 등 양적인 팽창 면에서는 목표를 초과달성 했지만 물가·국제수지에선 많은 시행착오와 차질을 빚었다.
안정보다 성장으로 경시되는 한국경제의 관성에 비추어 앞으로도 같은 궤도를 그리기 쉬울 것이다. 안정기반과 국제수지균형의 정착화는 고통스럽고 눈에 안 띄는데 비해 계획의 초과달성은 생색나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벌써 4차5개년 계획의 첫해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문별 목표에 집착하다보면 전술만 난무하고 전략은 방황하기 쉽다. 4차5개년 계획에선 초과달성의 유혹을 뿌리치고 무리 없는 균형개발이라는 기본전략에 좀더 충실해야할 것이다.
4차 계획은 국내저축에 의한 투자재원의 조달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안정기조의 확보가 그 바탕이 된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를 모두 79년까지 균형 시킨다는 야심적인 계획으로 해외저축의 비중을 크게 낮췄다. 총투자율은 원안과 같은 26·2%지만 재원 조달 면에서 국내 저축율이 당초의 23%에서 24·2%로 높아지는 대신 해외 저축율은 3·2%에서 2·0%로 낮아진다.
옛날과 같이 쉽게 해외부채를 들여 다가 경제 개발을 할게 아니라 허리띠를 바짝 졸라 메 고 근검과 절약으로 자립경제를 이룩하자는 강렬한 의욕이다. 조세 부담율도 금년의 18·6%에서 21%로 높인다.
대망의 80년대를 내세우며 『더 참으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4차5개년 계획은 특히 범국민적 「콘센서스」와 자발적 참여가 그 바탕이 된다. 희망과 보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희망을 주기 위해 「패리티」환율로 하면 1천1백70「달러」선인 81년의 1인당GNP를 현 환율을 그대로 적용, 1천5백12「달러」로 높여 제시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런 말초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모두가 믿고 바랄 수 있는 보다 나은 생활에의 희망이다. 경제계획을 믿고 협조하면 개발성과가 돌아오리라는 기대감이 확고해야 한다. 경제개발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생활의 복지향상에 있음을 공감케 해야 하는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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