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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선언, 북한 요구 파악해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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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반도포럼 제1회의에서 드레스덴 선언은 현 정부 최초의 실질적 대북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왼쪽부터 장달중·유호열·전봉근·박형중·홍현익. [김성룡 기자]

드레스덴 선언으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큰 방향은 잘 설정됐지만 정책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대북정책이 현실성을 갖추려면 북한의 의중과 요구를 파악해 일부라도 수용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북정책 싱크탱크인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이 창립 3주년을 맞아 22일 개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통일과정을 중심으로’ 학술회의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다. 백영철 교수는 개회사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일방적인 군사적 압박만으로는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남북 당국자 간 직접 대화를 통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과 도발의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가능한 민간 차원의 남북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동적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전개될 동아시아 권력의 재편 과정에서 단기, 중기, 장기적인 세 가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통일이 이루어질 것인데 미·중·일·러 사이의 세력 재편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 중심의 유일체제가 출범했으나 핵심 인물들을 유임함으로써 현실 봉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아직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는데 오히려 북한은 더 나아지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대담하게 강경책과 유화책 사이를 오가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대박’이라는 거대 담론보다 국민통합을 통해 신뢰를 높이는 현실적인 통일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박명림 연세대 교수)과 북한이 ‘통일대박’을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므로 그런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나왔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관측이 있으나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나 일본 문제 등에서 중국과 정책적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에 대해 통일과정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할 뿐 더러 독자적 영역 구축에 있어서도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남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건설을 통해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통일 과정과 통일 후의 과제를 나누어 생각하면 일본은 통일 후의 변수일 것”이라며 “50억~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대일청구권 자금을 통일 후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일본 변수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통일문화연구소 정영교·안정호 연구원

◆드레스덴 선언=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①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②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③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대 제안을 담고 있다.

◆한반도포럼=한반도 안정과 평화, 통일에 대한 대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싱크탱크다. 북한과 동북아 문제 전문가 3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2011년 3월 출범했다.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다양한 학문적·정책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왔다.

제1회의 : 한반도 평화협력과 통일

● 유호열 고려대 교수(드레스덴 선언과 한반도 통일)

드레스덴 선언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제안·구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자체가 완성된 것이라기보다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구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체제 변화와 통일정책)

남북관계는 앞으로 ‘갈등과 대치’가 장기화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남북한 어느 한쪽이 ‘항복’하기 전까지는 ‘갈등과 대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갈등과 대치가 장기화되면 매우 거칠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북핵외교의 리세팅)

우리의 대북정책 전반이 핵 문제의 인질이 됐다. 경협, 인도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많은 현안이 있는데 모든 것이 정체돼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안보협력, 대북 경제지원과 연계한 복합적 비핵화 전략이 필요하다.

● 김병연 서울대 교수(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준비)

남북 경협 정책의 축은 ‘단기적으로 작동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이 돼야 한다. 신 대북 경제정책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개방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로 추진해선 안 된다. 시장과 대외 개방을 이용해야 한다.

●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반도 통일준비와 통일과정)

동·서독관계와 남북관계를 비교하기에는 역사적 상황과 분단 과정, 국내외적 현실과 국제적 환경이 크게 다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차원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2회의 : 국제협력과 한반도 통일

●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한·미 협력과 통일)

통일을 둘러싼 우리의 이익구조, 미국의 이익구조, 북한의 이익구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통일 노력은 북한의 이익구조에 따르면 붕괴 유도나 흡수 시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흥규 아주대 교수(한반도 통일과 중국)

중국에서 남북한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통일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고, 안정을 담보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유익하고 적대적인 국가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실장(한·러관계와 통일-교통·물류협력 )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 협력사업으로 교통·물류의 위상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 러시아, 북한은 교통의 연계성, 교통수단의 보완성, 수송망의 경제적 측면에서 이익을 공유하고 있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

●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한·일관계와 통일)

일본은 통일한국의 탄생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기의식과 북한체제에 대한 일본의 혐오감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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