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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 불균형의 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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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 무역의 고쳐지지 않는 불균형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양국간 무역 불균형은 얼마나 구조적이며 참으로 깨어지지 않는 벽인가. 양국의 시정 노력은 얼마나 충분했으며 어느 만큼의 실효를 거두었는가를 살피는 일은 양국의 우호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선행 조건이다.
어떤 교역국간이라도 결국은 서로의 이익에 같이 기여하지 못하는 무역 저조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발전 단계가 서로 다른 나라 사이도 이는 마찬가지다.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일 무역 회담에서 한국 대표들이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도 이른바 「케이스·바이·케이스」의 특정한 양보가 아니라, 양국 무역 구조의 정상화를 위해 당연히 맡아야할 거래 당사국으로서의 역할이다.
그 역할은 쌍무적 교섭에 응하여 특정 품목의 「코터」를 늘림으로써 완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무역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특례가 아닌 일반 원칙의 확대가 더 소망스럽다.
서로가 보다 순조로운 세계 무역의 확대를 통해서만 호혜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회복되어야 한다. 순리에 따르는 무역 확대는 어떤 인위적인 조작이나 보호의 장벽과도 결코 양립 될 수 없다.
지금 일본이 세계 무역 시장의 곳곳에서 지나친 「진출」과 과잉 보호 대문에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다지고 보면 자업 자득이지만 우리의 교역국으로서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미국·동남아는 물론 최근에는 EC까지도 대일 거래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게 된 오늘의 현실은 일본의 수출 환경에 대한 장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의 무역은 그 구조적 불균형이 매우 뿌리 깊어서 이미 한계를 넘은지 오래다. 지난 한해의 입초 만도 12억「달러」를 넘었으며 올 들어서도 큰 개선 없이 8월말 현재 이미 9억「달러」를 돌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총 무역 적자의 52%가 대일 적자였으나 올 들어는 나머지 모든 지역이 흑자로 반전되었는데도 유독 대일 거래에서만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봄 가까스로 타협된 생사 「코터」 문제만 해도 석연치 않은 후유증을 남긴 채 아직도 「코터」가 다 소요되지 않고 있다.
생사·견연사 문제 뿐 아니라 건오징어·해태·참치 등에도「코터」가 할당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미역 수출까지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국 무역에서의 이런 일련의 규제조치 강화는 현재의 대한 출초 규모나 그들의 수출입 구조 등 어떤 측면에서 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오히려 일본은 대한 수입에 대한 갖가지 장벽과 제한을 철폐해 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산업 구조의 개편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무역 회담에서도 이런 새삼스런 원칙론이 다시 강조되어야만 한다. 보다 자유롭고 제한 없는 무역의 확대는 구두 선이 아니라 주 무역 국가들의 공동 노력으로써만 가능하다. 유독 일본만이 이런 원칙에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음은 일본 스스로를 위해 유감스럽다.
특히 우리는 미국과 EC가 대일 무역 분쟁에서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동시에 최근 눈에 띄게 이들 나라에 신축성을 가지려는 일본측 자세 변화에도 관심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무역국 일본의 능동적인 자세 변화의 한 시발이라면 의당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경우에 따라 원칙 없이 적용되는 무역 제한은 결코 납득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회담에서도 분명히 지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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