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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버스」의 고속 운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치안 본부는 25일 고속도로 안전 운행 대책을 마련, 도로공사·고속「버스」운수업체· 화물 자동차 연합회에 긴급 시달했다.
이 지시는 고속도로 교통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서 화물 자동차의 정시 도착제 폐지 및 2시간 주행에 30분 휴식제 규정으로 인한 과로 운전 방지, 이상 기후 때의 구간별 기상 통보 실시, 차량의 동절기 장비 휴대 여부 단속,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를 현재의 16cm에서 75cm로 높이도록 한 것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치안 본부의 이 같은 긴급 시달은 지난 22일 경부고속도로 등에서 일어난 가히 세계적 기록이라고 할 연쇄적 대형 교통 사고의 충격에서 얻은 심각한 반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고속도로는 경부·경인·호남·영동·동해·남해 등 6개 노선 총 연장 1천1백48·6km로서 세계 16개 고속도로 보유국 중 6위를 자랑하고 있기는 하나 그 안전 관리의 면에서는 우리가 아마도 최고의 취약점을 가진 나라라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하루 평균 통과 차량 4만2천여대로 수송 화물 6만3천t, 여객 4만명을 수송하기에 이르렀으나, 이에 비례하여 교통 사고가 격증하고 있어 그 발생률과 증가율에 있어 선진 국가들을 능가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올 들어 10월말 현재까지 만도 고속도로 교통 사고는 무려 2천70건 (하루 평균 6·4건)에 이르러, 벌써부터 고속도로 교통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안전 운행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송 업체들의 무성의와 운전사들의 이해 부족, 관계 당국의 고식적 태도 등으로 차일피일하다가 급기야 또다시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빚고 만 것이다.
따라서 치안 본부의 이번 안전 운행 대책 시달은 고속도로 교통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획기적인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시행되어야만 한다.
우선 화물 차량 정시 도착제 폐지, 2시간 주행후의 30분 휴식제는 교통 사고 예방에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도공 집계에 따르면 75년도 사고 차량 3천2백34대 중 화물 차량이 2천2백95대로 71%를 차지하고 사고 원인도 운전사의 과로로 인한 졸음 운전이 1천15건, 정시 도착을 위한 무리한 추월이 1백1건 등으로 운전사의 부주의·방심 등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사의 과로·과속 운전을 막기 위해선 이것 말고도 화물 운수 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갖가지 맹점을 시정하기 위해, 화물 운수 업계의 대형화·기업화를 서두르고 야간 운행상의 제한 규정을 더욱 철저하게 이행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강설과 진눈깨비 등으로 도로가 미끄러운 동절기에는 반드시 「체인」「스노·타이어」 등을 휴대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하겠으며 그밖에도 이상 기후 때의 감속 운행 및 일기 예보 청취, 모래·염화「칼슘」·제설 장비 확보 등도 철저히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치안 본부의 도공에 대한 요구 중 15cm의 중앙 분리대를 75cm로 높이는 문제는 일장일단이 있을 듯하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지만 75cm로 높였을 경우, 대형차량과의 충돌 사고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나 같은 방향의 후속 차량과의 추돌 접촉 사고는 더욱 잦아질 위험도 없지 않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것은 현재 운행 중에 있는 노후 「버스」부터 조속히 교체케 하는 일이라 하겠다. 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11개 회사의 고속 「버스」 8백48대 중 차령이 15년이 넘는 낡은 차량이 80대나 되며 차령 5년이 넘은 것도 6백여대에 달하고 있어 대부분의 차량이 내구 연한을 넘었거나 한계점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엉터리 차량의 고속 운행이 대형 교통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이와 함께 휴게소의 증설과 유사시의 긴급 연락 및 구호 시설의 보강 등 완벽한 안전 시설을 갖추게 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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