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처럼 깔려 있는 무진장의 해저 보물|신안 해저 보물 발굴 중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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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목포=이은윤 기자】전남 신안 앞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섬」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21일까지 인양된 송·원대의 보물은 모두 1천2백여점 (1차 인양=1백15점, 2차 인양=9백98점, 도굴=1백23점, 신고=6점) .
그러나 보물섬의 문화재는 발굴단의 실무자 등에 따르면 아직 그 절반도 인양되지 않았다. 바다 속에 들어가 도자기·동전 등을 직접 들어내오는 해군 해난 구조 대원들의 얘기는『마치 낙엽이 깔린 듯한 인양 현장의 개펄에는 아직도 보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문화재 관리국 발굴 조사단은 30일까지 예정된 제2차 인양 작업만 순조로이 진행돼도 2천점 이상이 인양된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우리 나라 문화재 발굴 사상 최다수의 수확을 거둔 것이 틀림없는 신안 앞 바다 해저 문화재 발굴은 이제 새로운 「박물관」을 하나쯤 차려야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해저 보물을 건져내는 작업은 육지의 발굴보다 훨씬 어렵다. 한가지 예로 18∼20m의 물 속을 들어가는 해군 잠수사들이 바다 속의 몸서리 나는 악한에 대비해 입에 끼고 들어가는 권투 선수들의 입 마개와 같은 고무로 만든 「마우스·피스」가 추위에 떨다 깨물어 모두 토막이 난다.
또 1백90 「파운드」의 수중 장비를 가지고 들어간 잠수사는 작업을 하다가 한번 넘어지기만 하면 수압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일어설 수가 없다. 물론 끈을 매어 함상에서 조정하지만 생명의 위험이 따른다.
이 같은 생명을 건 해군의 「해저 도자기 작전」에 의해 건져진 보물은 고무 「보트」에 실려 현장에서 모함까지 옮겨지고 다시 신안군 행정 선에 인계돼 들어와 목포 경찰서에 유치됐다가 서울로 이송된다.
현재까지의 2차 발굴에서 얻어진 큰 수확은 철반 청자 접시와 연호가 판독된 동전의 인양으로, 건져낸 보물의 연대가 남송말∼원초의 것으로 확실해진 점과 꽃무늬 맷돌·한약재 빈랑 등의 생활 용품이 인양된 것.
이제까지 판독된 8개의 동전 중 『건염통보』 (1l27∼30년)는 최초로 나온 남송 것으로 유물의 상한 연대가 더 내려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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