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의 내외 경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말부터 점차 속도가 붙어가던 경기 회복이 3·4분기 이후 현저하게 감속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제2의 안정으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있고 전반적인 경기 후퇴의 새로운 시발로 간주하는 견해도 있다.
경기의 현 국면에 대해 낙관하는 견해로는 지금의 경기 수준 자체가 소위 상향성 안정권에 속해 있으므로 다소간의 속도 둔화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안정 성향을 더 증대시킴으로써 과열 방지에 유익하다는 논의조차 없지 않다.
반면 현재의 성장 둔화가 조정 기간의 일시적 진정이 아니라 내외 수요의 한계를 반영한다고 보면 그것이 또 다른 장기 침체의 신호로 간주될 수도 있다. 다만 그 어느 쪽도 아직은 확실한 판단 근거로 제시할만한 자료들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또 몇개의 자료들이 있는데도 그 대부분이 순수 지표로서의 가치를 주장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때문에 지금은 경기의 향배를 성급하게 속단하기에는 약간 이르다. 이에 더하여 연말로 예정된 원유가 재 인상이 어느 선에서 결정될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일치된 전망은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적어도 내년 중에는 더욱 저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조짐은 올 하반기부터 이미 진행중이기도 하다. 3·4분기 이후 이미 미·일·서독의 실질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하반기 중에는 4%미만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예상외의 「인플레」와 국제 수지 적자폭의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재 긴축의 여파다. 지금의 서방 공업국 「인플레」 진행율은 미·서독만 제외하고 거의 연율 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무역량이 상반기 중에는 어느 수준 늘어났으나 일·서독 등 소위 흑자 국과 나머지 대부분의 적자 국간에 상호 불균형이 너무 크게 확대되었다.
총체적인 선진 공업국 수지 적자가 지난해의 50억「달러」에서 올해 중 2백억「달러」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간은 물론 개도국 사이에서도 무역 불균형 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경직된 무역 분위기는 불가피하게 교역량의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내년의 세계 무역 증가율이 8% 수준 이하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OPEC의 유가 인상은 이런 상황의 세계 경제를 더울 침체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 전망대로 유가를 10%만 올린다해도 서방 소비국들의 추가 부담은 1백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다. 미국만 40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카터」 미국 신 행정부의 보호주의 강화는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특히 그는 노조 측의 강력한 입김에 약한 입장이다. 미일간의 무역 분쟁도 해결될 전망이 약하다. 여러 가지 해외 정세는 이처럼 해외 수요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미 수출 신용장래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물증이다.
따라서 국내 경기는 부득이 내국 수요의 회복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내수 산업은 경 기후퇴로 자금·시설 등에서 큰 애로를 안고 있으므로 정책적인 내수 개발 지원이 불가피하다.
특히 개인 소비를 포함한 최종 수요 부문 「인플레」와 조세 부담의 격증으로 최근 수년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어 조세를 통한 내수 확대 방안도 신중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민간 설비 투자가 저조함으로써 내년의 1백억불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설비 확대는 매우 신중하게 계획될 필요가 있다. 수요 전망을 보다 정밀하게 함으로써 과잉 설비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긴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