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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국 미술관 협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족 미술의 향상 발전을 도모하고 미술가의 권익을 옹호하며 미술의 국제적 기여와 미술가 상호간의 협조를 도모한다-.』
1961년 발족한 한국 미술 협회의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예총 산하의 문인·음악·연극 협회 등 11개 문예 단체가 대개 비슷한 사정이지만 미술 협회가 회원과 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협이 현재하고 있는 일은 국내 사업과 국제 사업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국내 사업은 매년 개최하는 회원전과 한국 서예 공모전·「앙데팡당」전·전국 중고등 미전.
국제 사업은 「상파울로·비엔날레」「파리·비엔날레」「칸느」 회화제 인도「트리날레」 등 국제전에 출품하고 대표단을 파견하는 일이며 미협의 가장 열렬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런 사업들은 문공부에서 지급되는 국고와 문예 진흥원 기금과 대부분 회비인 자체 예산으로 충당된다. 75년 경우를 보면 자체 예산이 4백7만5천원, 진흥 기금이 4백60만4천원, 그리고 국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7백9만5천원이었다. 미협 한해의 예산이 1년 국전 예산 3천만원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셈이다.
미협 임원들과 사무국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이 예산 부족이다. 이런 사정으로 미협 회원전은 『전시회 중 가장 활기 없는 전시회』 (평론가 이경성씨)로 마지못한 연례 행사가 돼 버렸으며 국제전 출품 작품의 환송료를 못 물어 작품이 공항 창고에서 망가져 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 미협의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미술 평론가 이귀렬씨는 좀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사단 법인체」인 미술 협회는 회원들의 이해뿐 아니라 미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전 참가 문제는 비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참가 상황과 성과 개선방안 등이 책임 있게 토의되고 일반에게도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 3대 이사장이었던 김환기·김병기씨가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커미셔너」로 참가했다가 그대로 그 곳에 정착하고 말았지만, 그 후로도 국제전에 출품, 참가는 미협 임원들의 돌아가기식 외유처럼 되었던게 사실이다. 김인승 이세득 김정숙 박서보 김세중 서세옥씨 등 국제전의 「커미셔너」는 당시의 임원진과 거의 일치한다.
외국의 경우 예술의 국제 교류는 별도의 상설 기구를 통해 엄격한 심의와 장기 계획을 세우는게 보통이다. 미국 문화원, 영국의 「브리티쉬·카운슬」, 독일의 「괴테·인스티투트」, 일본의 국제 문화 진흥회 등이 그러한 임무를 전담하는 곳이다.
미협의 대 사회적인 노력으로 ▲미술계의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해 정부나 미술 학도들에게 도움을 준다든가 ▲국립 현대미술관 등의 확충을 위해 대 정부 건의를 하는 일 ▲회원 전체의 유대를 돕기 위한 회지의 발간 등도 필요한 일로 보인다. 지난 연초 미협은 모처럼의 시도로 계간 『한국 미술』을 창간했는데 1호만 제대로 나왔을 뿐 2호는 출판을 일반 경영인에게 맡겼다가 그대로 중단되고만 상태다.
회원의 질적 수준도 미협이 안고 있는 문제중의 하나다. 미협엔 현재 본부 (서울) 회원 1천1백1명과 24개 지부 회원 1천33명이 있다. 이중 지부는 단 10명 (원주)이 회원인 곳이 있는가 하면 전남은 2백28명에 이르러 개중에는 이름뿐인 회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미협에서도 멀지 않은 장래에 부실 회원들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5년이래 미협은 그 임원진이 훨씬 젊어졌다. 국전에서 추상 미술이 구상과 대등한 참가 비율을 갖게 되는 등 새로운 미술의 발판이 넓어진 것은 그러한 영향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협이 넓은 의미의 사회 발전·의식 변화에 기여하기를 미술인과 일반인은 바라는 것이다. 이사장 서세옥씨는 『화구의 국산화와 우선적인 외제 물감의 면세, 시립 미술관 등 발표 기회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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