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새해 경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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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의 상향 기조 속에서도 그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설비 투자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곧 있을 원유 값 인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 예상과 관련,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금년의 경기 상승은 거의 수출 급증이 견인 역할을 했으나 한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미일의 경기가 이미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고 또 선진 주요 각국이 원유가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의 재연에 대비, 안정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이제까지의 같은 수출의 급증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수출 신용장래도액의 증가율이 수출 실적 증가율을 하회하여 수출 증가세가 수그러지기 시작하고 있다.
해외 경기의 둔화는 국내 경기로 보완되어야 하나 주택 등 내수 부문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수출 둔화가 국내 생산 및 출하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 출하 지수는 8, 9월 2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해 정부 쪽에선 비교적 낙관하고 있으나 민간에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 때문에 설비 투자가 매우 부진하며 금융·외자 도입 면에서 실제 신규 투자나 설비 확장의 의욕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기업이 설비 투자에 신중한 것은 73년의 과잉 투자의 쓴맛을 톡톡히 본데다가 주거래은행제·세금·기업공개·행정 규제 강화 때문에 기업의 안전 운행을 택하는 기업 심리에 기인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에 국내 경기가 좌우되다시피 하고 내수의 「쿠션」이 없는 한국의 경제 여건에선 최근의 내외 경제 동향이 앞으로의 경기 추세를 매우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부문별 경기 지표와 경기 전망에 대한 각계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외수 경기=금년 경기 상승의 견인 역할을 한 수출은 10월말로써 금년 목표 65억「달러」를 돌파했고 연말까지 81억∼8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출신용장래도액은 10월말 현재 65억7천2백만 「달러」에 달했다.
1∼10월중의 수출 실적은 작년 동기에 비해 55·8% 는데 비해 수출신용장래도액은 51·5%가 늘어 수출 주문 증가율이 약간 뒤지고 있다. 내년 수출 목표 1백억「달러」 달성을 위해선 한달 평균 신용장래도액은 8억∼9억「달러」가 되어야 하나 현재 실적은 7억「달러」 수준 이어서 상공부는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출 채산성은 전체 상품 평균 98·2 (3·4분기)로 70년의 1백에 비해 아직 밑돌고 있으며 특히 중화학 제품은 93·3으로 계속 호전되지 않고 있다.
◇생산과 가동율=산업 생산 지수는 8, 9월의 감산은 주로 제조업 부문에서 두드러진데 이는 섬유 등의 수출 둔화·농약·비료 등 계절적 요인 등에 기인된다. 앞으로의 생산 동향은 신용장래도액의 증가세 둔화가 생산 부문에 차차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 수출 호황에 뒷받침되어 산업 전체의 가동율은 80%선까지 올라갔으며 특히 섬유 등은 1백%에 가까웠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 가동율은 다소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기계·철강 등 중화학 공업은 50% 이하인 것으로 추계 되고 있다.
9월중 출하 지수는 산업 전반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건축 경기=해외 건설 경기는 중동 진출 등으로 유례없는 호황 속에 있는 반면 국내 건축 경기는 계속 침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해외 건설 수지 실적은 22억「달러」로 작년의 3배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 추세에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 경기는 답보 상태에 있는데 내수 경기의 기반이 되는 아파트·주택 등은 수적 과잉에 비해 매기가 없고 세금 중압·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침체 현상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설비 투자=금융 창구를 통한 설비 투자는 금년 들어 계속 저조한 편이며 특히 수출 산업의 시설 확장이 부진하여 그 동안의 수출 급신은 가동율의 제고로 대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년도 수출 산업 설비 자금 5백억원 한도 중 10월말 현재 81%인 4백6억원에 불과하다.
또 당초 4백60억원으로 계획했던 플랜트 국산화 자금 제도도 설비 투자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 9백60억원으로 늘렸으나 실제 대출 실력은 14·8%인 1백43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수출 산업 시설재 도입을 지원키 위해 1억「달러」의 외화 대부를 실시했으나 업계로부터 자금 사용 신청은 9백1백만「달러」, 실제 융자 신청을 낸 것은 3천6백만「달러」였다.
◇외자 도입 실적=설비 투자의 저조는 외자 도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년 외자 도입 계획은 차관 16억6천만「달러」, 외국인 투자 1억4천만「달러」 도합 18억「달러」인데 9월말까지의 도착액은 차관 9억9천6백만「달러」 투자 4천만「달러」도합 10억4천만「달러」선이다. 연말까지 외자 도입을 서둘러도 15억「달러」선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금년 계획액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화 도입의 부진은 민간 기업에서 장래 경기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공장의 신설이나 확장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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