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뿐인 주부부업강좌 기술습득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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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주부들의 여가가 늘어난다. 많은 주부들이 남는 시간에 가계에 보탬이 될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한다. 최근 몇 년새「붐」을 이루다시피 한 주부기능강좌들은 이러한 필요에 발맞춘 것. 그러나 이 강좌들이 실질적인 부업과 연결되기엔 아직 거리가 멀다. 주부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과 강좌내용의 충실·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연전 고대의 박원임 강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주부들이 평일 남는 시간에 기술강습을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일반주부들이 참가할 수 있는 강습은 거의 없었다. 이름만 좋은「무료강좌」는 전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무료라고 하지만 적지 않은 재료비를 요구하거나 아예 등록금을 받는 곳도 있었다.
지난 75년 초부터 주부교실중앙회·한국부인회 등에서 상설 기능강습반을 두게 된 것은 주부들의 여가선용을 위해서 새로운 전기가 된 셈이다. 서울YWCA·대한어머니회 같은 곳에선 훨씬 이전부터 회원들을 위해 기능강좌를 해오고 있었다.
여성단체에서 내건 기능강좌의 목적은 취미개발과 부업 장려. 그래서 그 내용도 취미를 살리기 위한 서예·「테니스」·수영·합창·꽃꽂이·사진반과 부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양재·뜨개실·매듭·칠보·염색·「플라워·디자인」·목각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외에 생활영어·요리강좌들도 있다.
강의는 하루 2시간쯤, 1주 2∼5회. 1달 수강료는 2천∼5천원 정도다. 수강료 외에 재료비는 따로 내야한다.
여성단체에서 하는 기능강좌들은 주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강의내용이 쉽고 수강료가 비싸지 않으며 종전의「무료강좌」보다는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달에 그치는 주2∼3회의 강의로 부업과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뜨개질을 배운 주부들이 강사의 알선으로 주문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나 대개 품삯이 보잘 것 없다.
수영·영어회화·뜨개질 등 취미 강좌를 수강했다는 주부 최옥연씨는『남는 시간을 선용하기 위해 강의를 들었지만 듣는 그때뿐 실생활에 활용이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여성단체에서 매듭강습을 맡아온 정태현씨는「여성단체에서 강사료를 받는 대신 주부들에게 파는 재료비에서 이득을 보았다』고 말해 약간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많지 않더라도 재료비가 부당하게 비쌌다면, 여성단체들의 기능강좌가 허울 좋은「무료강좌」보다 나을 것 없다는 의혹을 씻을 수 없다.
이밖에 서울시에서 주부들을 위해 개설한 주부복지관과 부녀사업관이 있다.
부녀사업관에선 4개월 주6일간 상오10시∼하오4시까지 양재·동양자수·수편물·기계편물·「미싱」자수·미용·타자·사무직을 강의한다. 4개월 수강료 1천원. 부녀사업관에서는 양재와 편물만 2개월「코스」로 교육한다. 그러나 담당자는『2∼4개월의 강습으로 겨우 기초이론을 익힐 정도』라며『취업을 하려면 1∼2년의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 주부 부업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주부여가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온 김화자 교수(건국대)는『우선 주부 자신이 실력을 꾸준히 쌓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소일 삼아 기술을 배워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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