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피아·산피아 이어 해피아 … '마피아와 전쟁'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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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마피아·철도마피아·산피아·국피아·교피아에 이어 해피아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마피아와의 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초래한 배경에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대대적인 수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마피아란 표현은 전직 관료들이 유관기관·단체에 재취업하면서 대형사고와 부실·부패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붙여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세월호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수 비리와 사고는 마피아에서 비롯된다”며 “마피아는 (군대 내 사조직이던) 하나회와 마찬가지인데, 일단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나면 (마피아 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돼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며 ‘해피아’ 문제를 지적했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점검해야 할 해운조합·한국선급·선박안전기술공단 등에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겉핥기 식의 부실 검사→여객선 침몰이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청와대는 21일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해피아와 관련한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법무부에 후속조치를 맡기기로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피아 소탕’에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해 원전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발본색원해 원전 업계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105일간의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43명 구속을 포함, 97명이 기소되는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졌다.

 원전 비리는 원전 마피아의 단단한 결속력이 있어 가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위 퇴직자 30%가 원전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재취업했고, 비판·견제 기능의 마비로 이어져 부품 시험서 위조나 안전 검사 조작 등의 비리로 나타났다. 지난해 철도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코레일의 방만경영 이면에는 철도 관련 기관에 철도고·철도대 출신이 끈끈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의 합성어)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17곳의 은행장에 관료 대신 민간 출신이 대거 기용됐다. 하지만 모피아에 가려 있던 산피아(산업부+마피아)와 국피아(국토해양부+마피아)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건설·교통 산업의 특성상 규제가 많은 걸 고리로 민간단체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피아’들은 언제든 ‘제2의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성철 부산대(행정학) 교수는 “정부 산하기관은 정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관료 출신이 필요하고, 정부는 인사숨통을 트기 위해 공무원을 퇴직시키고 그 보상으로 재취업을 시키며 생기는 현상”이라며 “해수부뿐 아니라 총체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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