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에 오른 자민당 금권 정치|본격 전에 돌입한 일본 총선…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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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5일의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에 들어선 일본 정계는 자민당의 단독 장기 집권을 위협할만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전후 정치」로 특징 지어지는 한 시대의 결산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5백11석의 중의원 자리를 놓고 9백여명이 입후보 할 것으로 보여 (후보 등록 마감 16일) 경쟁률은 1.7대 1 정도. 이번 선거는 임기 만료에 의한 전후 최초의 총선이며 통산으론 34번째이고 전후 13번째, 현행 헌법 밑에서는 11번째에 해당된다.
그 동안 금맥 사건으로 「다나까」 내각이 퇴진했고 「록히드」사건·도지사급 고위 관리 오직 사건 등으로 자민당의 금권 정치 체질이 드러났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는 정권 투쟁이 계속되었고 「다나까」 전 수상의 구속 사태까지 일어났으며 당 일각이 무너져 신 자유 「클럽」이라는 이탈자를 내었다. 경제적으로는 국가 재정이 공전의 적자를 기록했고 국민들은 「인플레」·물가고와 싸워야 했으며 기업 도산은 최근 2년간 기록적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실시되는 총선은 자민당 장기 단독 보수 정권의 합격·불합격을 결정하게된다. 초점은 자민당이 안정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집약되고 있다.
자민당은 적어도 2백71석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 운영이 본회의 중심이 아니고 상임 위원회 중심이기 때문에 중의원의 16개 상임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나온 계산이다. 의석 수 5백11석의 단순 과반수는 2백56석이지만 정당 확보 의석 수 별로 배정되는 각 상임위의 과반수 의사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백71석이 안정 기조이다.
2백71석은 상임위에서 가 부동수일 때 결정권이 없는 상임위원장 16명을 뺀 과반수 선이기도 하다. 또 「미끼」 수상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임 투표로 간주하고 있는 선이기도 하다.
이 선이 무너지는 경우 정당 정치가 보·혁 백중의 시대를 맞아 정치 격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끼」 수상은 『2백71석 이상을 넘으면 정권 담당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힘으로써 계속 집권을 노리고 있다.
자민당은 분열 체제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선거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인데도 자민당은 총선 후 당 총재와 수상직을 노리는 「후꾸다」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반「미끼」진영과 「미끼」진영으로 양분되어 있다.
중의원 의석수가 새로 20석이 증가되었는데도 공명당을 뺀 사회·공산·민사당은 과거 선거 때와 비슷하거나 적은 숫자를 공천, 소수 정예 작전으로 임하고 있다. 제2야당을 노리는 공산당 (현 의석 수 39)과 공명당 (30석)의 각축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은 제2야당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지역에 따라서는 사회당·민사당과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25명이라는 가장 적은 공천 후보를 내놓고 10명 당선을 목표로 한 자민당 분파인 신 자유 「클럽」의 출전으로 일본 선거 사상 21년만에 6개 정당의 다당 선거가 됐다. 일본에 다당화 시대가 다시 뿌리를 박을지 관심거리다.
보수 자민당의 분열에 대해 혁신 야당들의 공동 전선도 이번에는 순탄하지 못하다. 사회당은 현직 의원의 공갈·오직 사건으로 체포된 약점이 있고 민사당은 30년 전의 「미야모도」 공산당 위원장의 「린치」 사건을 폭로해 공산당의 반감을 산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혁신 세력간의 이념적 대립과 함께 공투의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선거의 격전장은 대도시와 「록히드」 사건 관련 「회색 고관」의 출신구. 이들 지역에서는 보수와 혁신이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5억「엥」을 뿌리면 당선, 3억「엥」 정도는 낙선』이라는 일본 선거의 통념이 이번에도 해당될지 의문이다. 선거 사상 『가장 가난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공무원 선거법」과 「정치 자금 규정법」이 개정된 후 처음 적용되어 타락 선거가 규제되는 탓도 있으나, 자민당의 분열 선거 때문에 정치 헌금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가장 입장이 곤란한 것은 재계.
「두개의 자민당」 가운데 어느 쪽에 헌금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마이니찌」 신문은 국제적으로 눈을 돌려 「이탈리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고 「스웨덴」에서 4년만에 정권이 바뀌었고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낙선한 올해의 각국 선거 풍토를 예로 들어 보·혁 백중세가 이번 선거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자민당·「미끼」 정권의 시련을 시사한 것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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