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한국개발연구원 연구제1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자연히 우리의 경기는 주요 무역상대국인 미국·일본·EC제국의 경제여건변동에 따라 크게 좌우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기의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선진공업국가의 경기현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중 특히 세계 경기변동의 주도역할을 담당하며 동시에 우리의 주요수출상대국인 미국의 경우만을 살펴보면 지난 1·4분기 중에 9·2%라는 높은 GNP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2·4분기에는 이 성장률이 4·5%로, 그리고 3·4분기에는 4·0%로 계속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성장률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고투자와 수출의 감소, 그리고 민간시설투자와 주택투자의 부진에 있다고 보겠으나 역시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인플레」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을 계속하여 온 데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미국 대통령선거도 끝나고 하여 「카터」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지금까지의「인플레」억제중심정책에서 실업률의 감소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적 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므로 그간 지연되었던 경기회복 내지 상승세는 앞으로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경기상승세의 둔화에 그 원인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계속 상승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신용장 내도 액은 지난5월의 「피크」이후 약간 저하된 수준을 10월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서 상품수출은 시차관계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나 계속증가세를 유지하여 10월에는 유사이래 처음으로 월 수출액 8억1천3백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하여 10월까지의 수출은 연초에 정부가 금년 수출목표로 제시하였던 65억「달러」수준을 이미 상회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에 비하면 56%라는 높은 증가율을 시 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속적인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은 지난 6월 이후 계속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9월의 산업생산지수는 전월에 비해서 약 6% 정도 감소되고 있으나 그래도 전년 동기에 비하면 37%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9월중 제조업의 생산출하 및 재고가 모두 전월에 비해서 약간씩 감소되는 경향을 보이나 출하지수의 감소율보다는 재고지수의 감소율이 높지 못하므로 월중 재고율지수(재고지수÷출하지수)는 약간 상승되었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앞으로 몇 달 안의 생산증가는 그리 크지 못할 것을 예견케 한다.
9월중 전체건축허가면적도 전월에 비해서 12%나 감소하여 연중누계는 전년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년과는 달리 주거용 건축이 부진한 반면에 상공업용 건축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화여신 면에 있어서도 계속 긴축기조를 유지했다고 본다. 10월중 6백억 원의 통화량증가가 있었으나 월말 현재의 통화량은 전년 말에 비해서는 17%, 그리고 전년 동 월에 비해서는 약32%의 속도로 증가되고 있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내여신은 그간 외화자산의 계속적인 증가로 통화량증가율에 훨씬 미달하는 증가를 나타내고 있어 국내금융사정, 특히 내수산업의 금융사정이 좋지 못할 것을 짐작케 한다.
10월 중 특이한 것은 시설자금의 대출은 호조를 보인 반면에 운영자금대출은 크게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월중 물가는 상대적인 안정세를 유지하여 전 도시소비자물가는 전년 말 월과 전년 동 월에 비해서 각각 9%와 9·2%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도매물가는 각각 6·4%와 9%의 증가율을 보여준다. 종합경기예고지표는 지난 6월 이후 계속 1·8을 시현하여 우리나라의 경기가 상향성 안정세에 머무르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