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레슬리·휠러」(미 여류작가) 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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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는 『성실한 정의파다』또는 『표리부동한 2중 인격자』라는 등 정반대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아왔다. 이처럼 그는 미지의 정치인이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지금은 세계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등장한 「카터」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세계 각 국의 시각을 통해 「카터」의 인물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향리선 "웃긴다" 힐난>
『「카터」지사의 출마선언은 시의 적절했다. 「조지아」주가 요절복통할 화제에 굶주려있을 때 그는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74년 12월 12일 그가 공식으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설 뜻을 발표했을 때 고향인 「조지아」주의 「어틀랜터·컨스티튜션」지는 "이렇게 힐난했다. 『웃긴다』는 얘기였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온건한 「어틀랜터·저널」지의 평도 우호하지는 않았다. 이 신문은 주지사 「카터」를 평하여 『그의 주정은 비판도 받았지만 급제는 된다. 큰 목표를 내걸고 청렴하고 부지런히 일해서 좋은 실적을 올렸다. 우등상감은 안돼도 노력상은 줄 만하다』고 보도했던 것.
대부분의 지방정치인이 그렇듯 「카터」도 「조지아」주에 친구보다는 적을 더 많이 가지고있었다. 선임주지사 「매독스」는 「카터」를 이중인격자이며 철학 없는 주의원감이라고 꼬집었다.
출신 주에서조차 이렇게 멸시와 증오를 받던 무명의 농장주가 어떻게 백악관 주인이 됐을까. 많은 해답이 가능하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하류층에 기독교적인 사람의 복음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침투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있다.

<킹 목사와 특별한 교분>
독실한 침례교 신자인 그는 주일을 거의 거르지 않고 교회에 나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나는 가난한 사람, 특히 흑인들 사이에서 태어나 그들과 함께 놀며 자랐다.
그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형제요 동료다』―. 「카터」가 이렇게 외칠 때마다 천대와 가난 속에서 핍박받는 남부의 흑인들은 열광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자주 흑인들의 교회에 나가 그들과 나란히 앉아 예배를 보았고 흑인민권운동을 하다가 암살된 「킹」목사와는 특별한 교분을 가졌었다.
주지사 재임 시엔 「1월 25일」(「킹」목사의 생일)을 『「킹」목사의 날』로 정했고 이번 선거에선 흑인 12명을 참모로 중용했다.
그가 태어난 「플레인즈」는 흑인 3백 50명과 백인 2백 50명이 공존하는 흑인 우세의 소읍. 「카터」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내 고향 「플레인즈」는 미국의 평범한 농촌. 대지에 친밀감을 가진 흑인과 백인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신과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도와 빈곤을 극복하고 국가에 고마움을 느끼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조그마한 농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그는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면서 외쳤다.
『건전하고 정직하고 예의바르고 성실하고 공정하고 유능하고 이상에 불타고 자비심 깊고 애정이 넘쳐흐르는 그런 정부와 풍토를 갖고싶다』고―.
「사랑」을 백악관에 심어놓겠다는 종교적 이상주의를 내걸고 75년 1월부터 그는 각 주를 쏘다니면서 밑바닥에서부터 동지를 규합하고 조직을 결성해나갔다. 「카터」의 사랑은 소박한 「카터」의 「웃음」을 타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카터」선풍이 일기 시작했을 때 미국의 신문들은 『사랑이 미국을 석권하고 있다』고 떠들어댔다.

<동지 모은 소박한 웃음>
7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와 급진적이고 과격한 언동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극좌파 「맥거번」도 「사람」을 강조했지만 「카터」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카톨릭」신학자 「마이클·노바크」는 『「맥거번」의 「사랑」은 『칼을 가진 위협적인 사랑이었지만 「카터」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위로의 사랑을 가난한 약자들의 마음속에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약자에 대한 그 애착은 종교적인 인도주의와 민권정신을 한층 강렬하게 무장시켰다. 유세기간 중 그가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는 부도덕이라고 규탄한 것은 그의 당연한 생리였다.
첫 예비선거가 시행된 2월 24일 「뉴햄프셔」주는 매섭게 추운 날씨에 산야는 두꺼운 눈으로 덮여 유권자들의 마음마저 얼어붙어 있었다.
이날 남부「조지아」주에선 1백여 명의 「카터」지지 청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비를 들고 「뉴햄프셔」에 나타나 눈을 쓸면서 시민들에게 땅콩주머니를 나눠주는 모습이 보였다.
추위에 움츠러진 유권자들의 마음속엔 「카터」의 복음과 지지자들의 봉사정신이 따뜻이 침투되어 그들은 투표장에 몰려갔고 「카터」는 예상을 넘는 41%를 얻어 압승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흑인·빈민, 그리고 국민학교 졸업 이하의 저 학력자 등 소외된 하류층이 「사랑의 철학」을 내건 「카터」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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