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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상의 땅…여정에 오르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찬삼 교수(수도여사대·지리학)의 6번째 세계여행인 북극기행의 생생한 기록이 오늘부터 연재된다. 김 교수는 지난6월 서울을 출발, 「그린란드」「아이슬랜드」「스피츠베르겐」제도 등 북극권일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이 여행기는 한국인으로서 처음 방문한「스피츠베르겐」제도 등 지구 최북단의 신선한 감동과 경이를 펼쳐 보일 것이다. <편집자주>
「그린란드」를 비롯한「스피츠베르겐」제도를 여행하는 것은 항공사나 선편의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이번 여섯 번의 세계여행에서 비로소 뜻을 이루게 되었다. 여기에는 남모르는 고충이 없지 않았다. 그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행하는 관광「팸플릿」을 모조리 수집하였으나 북극권에 대해서는 별로 없었는데 뜻밖에도 독일의 「하파그로이드」회사에서 간행한 여행안내서를 보니 마침 한해 중 가장 항해하기 좋은 7월초에「그린란드」로 떠나는 선편이 있었다.
그 신청은 1년 전부터 접수하고 있었다. 벌써 마감했으리라고 생각되면서도 독일에 있는 친구에게 교섭을 의뢰하고 행운을 기다렸다. 마침 회신이 왔는데 다행히도 해약한 경우가 있어서 나에게 예약권을 주게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받고 기뻐서 껑충 뛸 것 같았다. 국제적인 다정을 베풀어준 독일인 친구도 고맙지만 특히 그 여행사의 호의가 눈물겹도록 고마왔다.
그리하여 10세기께에 「바이킹」이 진출했고 1900년대부터 본격적인 북극탐험이 되기 시작한 「그린란드」땅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린란드」는 나에겐 환상의 땅처럼 생각되었다. 태고적에 얼어붙은 빙원이며 차디찬 하늘이 쩡쩡 울리도록 울부짖는 흰곰이며, 휘황찬란한「오로라」며 또는 우리 나라 사람과 같은「몽걸로이드」인「에스키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뿌듯한 희망을 안고 지난7월7일 저녁 김포공항을 떠났다. 예약한 선박이 독일의「브레메르」항구에서 북극으로 떠나는 것은 7월10일이니 여정이 여간 촉박하지가 않은 셈이다.
동경에서 SAS의 항공편으로 우선「알래스카」의「앵커리지」를 거쳐 북극횡단으로 가게되어 있는데 백야가 계속되는 지대에 들어 선데다가 마침 햇빛이 가장 오래 오래 비치는 절기여서 잠을 이룰 수 없다 이 백야는 문학에서는 매우 아름답고도「로맨틱」하게 그려져 있지만 밤의 안식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얼루션」열도를 따라 「알래스카」해안으로 다가서는 바닷가에는 유루가 7, 8개 서 있으며 불필요한「개스」를 태우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것은 「앵커리지」항의 급격한 발전의 모습인데 그대로 미국의 부의 상징이었다.
「러시아」가 쓸모 없다고 팔아버린 이「알래스카」가 이 같은 황금의 땅이 되었으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앵커리지」는 동과 서를 잇는 최단거리의 공중의 십자로가 되어 수많은 비행기가 오르내리느라고 부산했다. 「앵커리지」공항에 내려 대합실에서 쉬고 있는데 반갑게도 방송에 우리말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로 가는 KAL기 손님을 위한「아나운스」였다. 여객들이란 사업차 오고 가는 외국인들과 독일에서 취업을 마치고 귀국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었다.
태극기의「마크」가 붙어 있는 한국여객기로서 내 외인을 나르는 국제기이기 때문에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얻은 「팸플릿」을 보니 최근 「알래스카」북극해 연안에서 9.6억「배럴」이라는 거대한 유전을 발견하여 개발하고 있는데 48「인치」의 「파이프」로 1천3백km나 뻗쳐서 「유콘」강과 「로키」산맥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날라와 미국본토의 서해안을 비롯하여 동부까지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알래스카」는 미국「마지막 개척자」이며 엄청나게 큰 보고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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