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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의 중국 엿보기] 꽤 ‘성공적’인 중국의 대북정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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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371호 29면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수년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중 간의 핑퐁게임을 지켜보고 나서 관전평을 내린다면 아마 중국에 후한 ‘A’를, 그리고 미국에는 가까스로 현상유지 수준의 점수인 ‘C’를 줄지 모른다. 우선 미국은 중국에 6자회담 주최국이라는 큰 외교적 선물을 주었다. 그때는 그게 선물이 아니라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중국에 잘 떠넘긴 것이라고 자평했다. 북한을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 외교적 역할을 중국에 ‘아웃소싱’한 것이다.

당시 미국 내부 논리는 이러했다. 알코올 중독을 기독교 신앙으로 극복하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W 부시는 북한과 같이 ‘악한 나라’를 상대하는 것은 ‘미국의 존엄을 손상’(beneath America’s diginity·당시 내막을 아는 전 미국 고위 관리의 전언)시킨다고 굳게 믿었다. 부시의 북한에 대한 혐오는 상당히 개인적이고 깊게 내재한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핵 문제 때문에 북한과 양자 회담을 통해 얼굴을 맞대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고 다자간 협상 틀인 6자회담을 출범시켰고 그 대표로 중국을 지명했다. 감투를 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은 ‘북한 따돌리기’ 용도였다.

6자회담 배후에 있는 이 ‘출생의 비밀’은 미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서 큰 의욕을 갖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부시는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더욱 고립시켜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심리기제로 북한 문제를 응시했다. 부시의 2차 임기에 이르러 다소 조정을 겪었으나 이 대북정책 기조는 오늘날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애초에 대북정책에서 ‘A’를 맞을 생각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C’다.

중국은 얼떨결에 6자회담을 떠맡게 되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호재로 작용했다. 첫째, 중국은 ‘지역 분쟁 조정자’ 역할을 함으로써 6자회담을 ‘평화롭게 부상하는’ 국가 이미지 선전에 십분 활용했다. 중국은 그럼으로써 ‘천안문 사태 인권 유린 국가’의 오명에서 서서히 ‘피스메이커’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둘째, 북핵이 매우 비중 있는 국제적 이슈가 돼 감에 따라 중국의 외교적 지위가 동반 상승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돼버리는 식이다. ‘G2’ 인식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셋째, 6자회담 주최국의 지위를 이용해 유관 국가들 사이에서 셔틀외교를 함으로써 정보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보의 방향에 영향을 줌으로써 중국의 외교 주도권이 강해졌다. 특히 이전에 종종 북한에 홀대를 받았던 중국은 북한 관련 정보를 더 잘 파악하게 되었다.

넷째, 북핵을 이유로 미국과 회담을 자주 개최함에 따라 미국 측과 외교적 ‘컨피던스 빌딩’을 쌓게 된다. 다수의 전문가는 북핵 문제가 없었더라면 미·중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된 상태였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이 6자회담을 중국에 떠민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전략의 부재다.

그래서 북한 문제는 중국 문제라는, 소위 ‘중국 책임론’을 생산해냈다. 세계에서 대북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이니 북한 문제에 중국이 가장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미국은 중국 그림자 뒤에 숨었다. 대북 영향력은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영향력의 구분 등 그 실체에 대해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이용해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하는 한국의 정책 목표와 맞아떨어지면서 한국 언론들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 여론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퍼진 것이어서 미국의 점수를 ‘C’에서 ‘C+’로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으로 수퍼파워인 미국이 국제사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니 ‘B’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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