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공제액 12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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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이 내놓은 세법개정대안은 국민의 당면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의 개정대안은 드물게 보는 정책야당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평가할만하다.
물론 이 대안이 국회심의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처지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관례로 미루어 정부·여당과의 절충이 의욕만큼 원만치 못할 것이라는 짐작조차 어렵지 않다. 또 이 대안이 제시하고 있는 개정내용이 세법체계로서의 종합성 보다는 그동안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던 조항들을 중점적으로 손질한 점도 눈에 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제1야당의 대안으로 제시된 이번 개정안의 정치적 의의를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세법개정은 정부의 재정활동의 규모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재정활동이란 개별적으로 보면 경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의 총체적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부담과 관련하여 정치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법개정은 법체계로서의 통일성보다는 국민적 합의가 더 중시되어야하며 야당의 개정안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당위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민당의 개정안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아마도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인 것 같다. 이 부문의 전략화는 곧 야당이 납세자들의 가장 큰 불만요소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특히 소득세법에서는 수없이 거론된 근로소득만의 각종 공제액을 12만원으로 높이고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정부안의 각종공제액이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게 책정되고 있는 점은 이미 여러번 본 난에서도 지적한바 있다.
특히 기초생계비에 해당하는 부문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높여 공제해야한다는 주장은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우리는 그 수준이 굳이 12만원 선이어야 한다는 주장보다도 현실적인 생계보호가 가능한 정도로 더 절충되기를 바란다. 이점 교육비와 의료비를 공제해야 한다는 야당의 대안이 전진적으로 검토되기 바란다.
근로소득자들의 더욱 절실한 관심은 「인플레」와 세금의 양면공세의 두려움이다. 물가상승률의 일정부문을 세법에서 제도적으로 흡수하지 않는 한 진정한 근로자 보호는 불가능하다. 물가연동제가 부분적으로나마 채택될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으므로 정부나 여당으로서도 성의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개정안의 다른 한줄기를 이루는 부가가치세제는 세율인하 못지 않게 그 실시 시기가 중요한 뜻을 갖는다. 신민당의 대안은 세율을 10%로 내리고 탄력세율의 가감범위도 3%로 축소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 부가가치세제는 세제로서의 근대화라는 명분상의 이점보다는 간접세의 일시적 비대와 물가압력이라는 현실적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실시시기의 선택은 「인플레」의 추이를 보아가며 내후년이후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이밖에도 야당의 대안은 법인세·양도소득세·투자공제제도 신설 등 정부개정안이 소홀하게 다룬 갖가지 조항들의 보완까지 포괄하고 있으나 요컨대 얼마나 그것이 심의과정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비록 정치적 절충의 대상이라 해도 그 하나하나의 기저에는 국민부담의 경감이라는 소홀할 수 없는 이해가 걸려 있음을 새삼 지적하지 앉을 수 없다. 거듭 진지한 재검토가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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