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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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군자는 옛 선비의 정신과 아취를 나타내는 그림. 동양에만 고유한 회사인데 그것은 「아마추어」의 것이면서도 자기 수양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에 미술사에서 문인화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사군자는 그림이면서 문기(문자향 서권기)를 귀히 여기며 묵색을 주로 한다든가 문방의 청공으로 삼는 것도 그런 점에 기인한다.
간송미술관은 이번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군자작품만을 모아 전시했다. 죽란매국의 4가지 소재에 한해 40여점을 선보였는데 그중 대부분이 묵죽·묵란이다.
죽은 옛 도화서 시험에서도 가장 중시했듯이 역시 압도적이었는데 한말에 이르러 난에 치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국은 4가지 소재중 가장 떨어지는 편. 문기면에서 떨어지는 까닭인지 모른다.
또 같은 묵죽이라 하더라도 16세기의 탄은, 18세기의 수운, 20세기초에 이르는 민영익의 대가 서로 달라 시대 기풍의 변모를 가려보게 된다.
다만 모처럼의 비장품 공개 기회에 아쉬운 것은 진열실이 비좁아 화첩이나 대련속에서 한폭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다. 40여명의 중요작품은 1인1점 꼴의 계산이다.<16∼31일 서울 성북국민교 앞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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