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무대는 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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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언제 지었는 지 모르는 조선후기 우화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의 무대가 충남 서해안의 한 어촌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청포대해수욕장과 마주보고 있는 태안군 남면 원청리 주민들은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용새골.묘샘.덕바위궁앞.안궁 등 지명과 관련해 자라를 속인 토끼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 마을이 별주부 설화의 무대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0m사이로 몰려 있는 이들 지역에 대해 주민들은 용새(龍塞)골의 경우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상륙한 골짜기'로, 묘(卯)샘은 '토끼의 간(肝)을 씻은 샘'으로, 덕바위(생선을 말리는 덕장에서 유래)는 '토끼의 간을 널어 말린 바위'로 각각 해석하고 있다.

주민들은 7년 전까지 매년 음력 정월이면 덕바위 앞에서 토끼의 잘못을 빌고 용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올리기도 했다.

원청리 김생우(45)이장은 "어릴 적 동네 어른들로부터 '우리 마을이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토끼가 살았던 곳'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사라진 용왕제를 다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안군 남면은 이 곳이 별주부전의 무대였음을 알리기 위해 덕바위 앞에 거북이가 토끼를 업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동상을 세우는 등 주변을 '별주부전 수중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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