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매쿼리」저·유동식 역-희망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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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황윤리와 자연법적 원리의 윤리사이에 일어난 논쟁으로 20세기 후반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심지어는 「마르크시즘」과 「크리스티아니즘」을 「휴머니즘」이란 매개체를 개입시켜서 하나로 묶으려는 신진신학자들의 대담한 시도는 우리들을 몹시 당황케 하고있다. 특히 「그리스도」교적이라는 딱지가 불온 자연법적 원리의 윤리, 상황윤리, 「마르크시즘」, 「크리스티아니즘」,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우리 환경에서는 무엇인가 방향제시가 필요한 형편이다.
그런 형편마저 『희망의 윤리』는 사계의 학자들이 한번 음미해 볼 가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번역에 있어서 옥에 티를 지적하자면 몇몇 전문용어의 모호한 번역(예ex-sist=실존한다)과 한자의 잘못(인쇄의 잘못이겠지만)등이다.
저자는 우선 오늘날의 윤리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윤리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서 출발하여 자연법의 새로운 정립에서 모색하려고 한다. 첫째 인간을 이미 완성된 고정적인 작품으로 보지 않고 완성을 향하여 「길가는 존재」(「가브리엘·마르셀」의 Home Viator=길가는 인간)로 파악하고, 둘째로 인간은 세계 속에 사는 존재다. 셋째로 인간은 다른이와 함께 사는 존재다. 넷째로 인간은 행동하는 존재다. 다섯째로 인간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다.
이상과 같은 인간규정은 현대의 「네오·토미즘」의 인간철학과 완전히 부합한다. 「벨기에」 「루벵」대학의 「동덴」교수는 인간을 「세계-속에-다른 이와-함께-사는-존재」로 규정하고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인간관을 기초로 『기독교적 윤리를 독특한 기독교적 개념에서 출발하지 말고 인간본성에서부터 출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러한 의도에서 저자는 인기 없는 자연법의 개념을 재구성할 필요를 강조, 『주관주의적 윤리에 빠지지 않고 사물들이 존재하는 바로 그 방식 속에서 윤리적 의무의 요구를 찾자』는 것이다. 하여튼 「프로티스턴트」신학자로서 윤리의 문제성을 「프로티스턴트」학자들에게 제기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가톨릭」학자들에게서 구하려는 시도는「가톨릭」독자들의 주의를 끌만하다.
「가톨릭」학자와 「프로티스턴트」학자들이 윤리문제를 놓고 토론 내지는 대화를 하는데 매우 유익한 책이다. 저자는 신학자로 미 「하버드」대 교수, 역자는 연세대 신대 교수. 백민관<신부·서울「카톨릭」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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