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TPP 협상 주도권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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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3~25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정을 놓고 양국의 신경전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구체적 도착시간조차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3일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회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국은 “만찬시간 전에 도착하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아 일본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희망을 뿌리치고 23일 심야에 도착한다면 일본 일정은 ‘무늬만 2박3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한 갈등 극복과 미·일 동맹 완전 부활’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아베 총리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도착시간이 확정되지 않는 이유를 일본 언론들은 양국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찾는다. 민방인 TV아사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심야에 도착하느냐, 만찬시간에 도착하느냐의 키를 쥔 것은 1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양국 간의 TPP 협상”이라고 분석했다.

 “시리아에서 잘못 대처했고,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선수를 빼앗겼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요란하게 홍보해 왔던 TPP에서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하고 (한가하게) 아베 총리와 저녁식사를 한다면 미 의회에서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국의 TPP 협상은 실제 난항을 겪고 있다. 양국 모두 정상회담 이전까지 타결의 실마리를 잡고 싶어 하지만 일본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세 인하 폭 등을 놓고 이견이 크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방일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이 영빈관이 아닌 호텔을 이용할 것”이라며 “ 영빈관에 묵는 게 일반적인데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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