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해남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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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을철의 바닷물은 써늘해졌지만 동해안 북부지역에는 제주도 비바리들의 특허 물로 돼 있는 자멱질이 해녀가 아닌 남자들에 의해 성업 중이다. 현지에서 이들은 그 때문에 해남으로 불린다. 강원도 고성군 어협 산하 대진·초도리 일대에는 3년 전부터 이런 해남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3백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찬 물 속에 뛰어들어 민어 잡이나 해삼·전복·성게 따기에 나서 하루 4천∼5천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많은 어부들이 해남으로 전업하고 있고 그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진 항에는 금생호(0·7t, 선주 김성희·31)등 36척의 거룻배에 1백90여 명, 초도 리에는 7척에 1백10여명의 해남들이 취업에 나서 성게 2천kg을 비롯, 하루 5천kg정도의 해산물을 따내 5백만∼6백 만원의 어획고를 올리고 있다.
이인백씨(41·대진2리)는『2년째 일을 계속하고 나니까 이제 5m 깊이의 물에 들어가 1분 정도는 거뜬히 견딜 수 있다』며『하루 5천∼6천 원의 수입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남이 되려면 잠수복·수경·망태·오리발·갈고리·4∼5kg짜리 납덩이 등 6가지 기구를 준비하기 위한 5만여 원이 필요하나 성게 따기를 10일 만하면 본전을 쉽게 건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해남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78·79·80호 등 3개 민통선 북방 특수 어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잠수기나 해녀를 동원할 수 없어 어장을 전혀 이용 못하자 수영에 자신 있는 남성들이 장비만 갖추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시작하면서부터.
도한섭씨(25·초도리)는『여자들보다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데 남성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앞으로 가장 유망한 직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수씨(50·대진1리)는 3년 째 물밑을 휘집고 다니는 통에『다리의 신경통 증세가 어느새 없어졌다』며 건강에도 도움되는 직종이라고 다른 어부들에게 권하고 있다. <속초=장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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