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 컬렉션의 행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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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의 감동은 이어 이조염부 신사연화문호라는 것을 봤을 때 거의 극에 이르렀다…이런 것이 정말로 있었는가. 나는 환상이 아닌가 하고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일본의 한 미술평론가는 6년 전에 있었던「아다까」「컬렉션」동양도자 명품전을 봤을 때의 감명을 이렇게 적었다.
이런 명품, 일품 등이 8백여점이나 되는 안택「컬렉션」은 숙고 끝에 결국 그 소장품을 처분하더라도 해외에는 팔지 않기로 결정을 보았다는 소식이다.
만약에 아무에게나 팔기로 했다 하더라도 물론 우리 손에 들어오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워낙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 안택「컬렉션」은 시가 1천억「엥」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자기가 1천여 점이니까 평균해서 한 점에 1억「엥」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결코 비싼 것도 아니다. 작년에「런던」의「소드비」미술경매시장에서는 명조의 항아리 하나가 2억8천만「엥」에 낙찰된 적도 있다.
중국의 도자기는 세계의 미술시장에 흔히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도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한국 도자가 미술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워낙 귀한 것이다.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택「컬렉션」은 특히 이조의 도기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한국의 국립박물관을 제외하고….
「보스턴」「메트로폴리턴」「폴리아」등 미국의 미술관에도 한국의 자기 중의 일품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안택「컬렉션」에는 멀리 미치지 못한다.
하기야 1천점 모두가 명품일 수는 없다.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것도 많지만 2류품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세계「컬렉터」들이 군침을 삼킬만한 것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만한「컬렉션」을 갖기까지「아다까」씨가 쓴 돈은 1백억「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75억「엥」정도밖에 안되었던 모양이다.
안택「컬렉션」을 회사가 내놓게 된 것은 고미술품 수집에 지나치게 거금을 쓴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앞으로 이 소중한「컬렉션」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 궁금해진다.
다만 앞으로도 이「컬렉션」이 분산되지 않고 또 자주 공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안택「컬렉션」은 지금까지 4회에 걸쳐 공개된 바 있다. 그래도 사장되어 왔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술품에는 국적이 있을 수 없다. 「프랑스」가 자랑하는「비너스」상이며「모나리자」의 그림도 사실은「프랑스」의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안택「컬렉션」의 새 임자가 깊이 인식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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