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진영에도 때아닌 섹스 발언 파문|미「부츠」농무장관 인책 사임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 대통령 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쟁점은 우습게도「섹스」관계 발언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책대결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는 더욱 무관심을 부채질해서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 기권이 50%나 되어 선거사상 최악의 무관심을 기록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카터」후보가「플레이보이」지「인터뷰」로 말썽을 빚은데 이어「포드」행정부의「얼·부츠」농무장관이 흑인들의 성생활을 비꼬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4일 그가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경위는 이렇다.
「캔저스시티」에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얼·부츠」농무장관은「워싱턴」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고「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닉슨」백악관의 보좌관이었다가「워터게이트」사건 때「닉슨」을 배신한「존·딘」, 인기가수「팻·분」, 그리고「소니·바노」가「부츠」와 동행이 됐다.
자연히 얘기가 정치에 미치자「팻·분」이「부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에이브러햄·링컨」당(공화)이 흑인 표를 더 많이 끌 수 있고 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안될까.』
「존·딘」이「롤링스턴」이라는 잡지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부츠」는「악마 같은 미소」를 띠면서『흑인 표를 우리가 끌 수 없는 이유를 말하지. 흑인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 뿐이야. 그 세 가지는 첫째 빡빡한 ××, 둘째 헐렁한 신발, 세째 따뜻한 침대 뿐이야.』
한국의 가장 저속한 잡지라도「빡빡한」이라는 형용사 뒤에 적은 단어를 소개할 수가 없는 몸 안의 한 부분을 지적하는 말이다.
요컨대 흑인들은「섹스」밖에 모르는 게으른 자식들이란 의미의 말을 가장 저속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한 것이다.
헐렁한 구두는 신발 끈을 풀 정도의 힘조차 들이지 않고 따뜻한 장소에서 사랑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 흑인들이라는 의미로 동원한 것이다.
이것은 문화 인류학적으로 말하면 불치의 백인 우월주의요, 「큐·클럭스·클랜」회원 같은 인종차별주의다.
그 발언을「존·딘」이「롤링스턴」에다 보도했다.
「존·딘」은 말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뉴·타임스」라는 잡지가「부츠」의 이름을 확인, 10월 15호에서 이름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그때서야「부츠」는 백악관에다 자기가 문제의 각료라고 자수를 했다. 그것이 지난 29일이다. 「포드」대통령은 1일「부츠」를 불러서「엄중히」책망했다.
「부츠」라는 사람은 중서부의 농민들한테는 인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는「포드」의 선거를 지원하는 유세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포드」는 1일 백악관에서 흑인을 제외한 소수민족 지도자들에게 연설하는 자리에서도「부츠」장관의 폭언에 화제가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교회재산에도 과세를 하겠다는「카터」의 발언을 공격했다.
「카터」민주당 후보는「부츠」파면을 점잖게 요구하고「월터·먼데일」은 그런 사람은『사회의 암』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재비츠」「마티어스」「맥거번」등의 상원의원, 「존·앤더스」하원의원 같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부츠」장관의 해임이나 파면을 요구했다. 신문과 방송이 일제히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이렇게 되자「포드」대통령은「부츠」장관이 맡은 선거전략장의 역할을 희생하더라도 그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분노가 자기에게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사임을 종용한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