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의 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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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새 미국에서는「공장」하는 풍습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완전 소각시켜 골회로 만든 다음, 이 재를 하늘에서 바다로 철포하는 것이다.
절차도 간단하고, 돈도 아주 적게 든다.
그저 25「달러」만 내고, 보건국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장의비가 껑충 뛰고 묘지난이 심해진 탓만은 아니다. 서양인은 어디서 태어났느냐는 것을 별로 문제삼지 않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자를 어디에 묻든 별로 따지지 않는다.
이래서 서양에서는 죽은 곳에 묻는게 보통이다. 「워싱턴」교외「알링턴」에는 <무명전사의 무덤>이 있다. 여기에는 남북전쟁 이후의 전사자들이 묻혀 있다. 그러나 무명이 아닌 전사자들은 현지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6· 25때 전사했던 미군병사들의 무덤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유골을 매우 아끼는 것이 일본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타임」지는 언젠가 일본인의 유골수집벽을 크게 다룬 적이 있다.
여기서 한 심리학자는『일본인은 가족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가 장례를 잘 치르지 않으면 고인의 영혼이 안식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 2일 충남 천원군에「망향의 동산」이 준공을 보았다. 해외에서 숨진 동포들을 위한 공동묘지다.
여기에 묻히려고 이미 일본에서 2백12위의 유해가 봉송되었다. 앞으로 이 동산 안에는 8천여위의 유골들이 더 안치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본인들의 유골에 얽힌 종교관념과는 전혀 다른 사연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 본토에 묻히기를 바라다가 대만에서 죽은 중국인들의 설움과도 또 다른 것이다.
향항에서는 유골을 본토에 밀수하는 묘한 장사가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고향에 묻히겠다는 마지막 소망을 위해서다.
여기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언젠가 본토의 고향 땅에 묻히게 될 날을 기다리며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대만사람들도 많다. 고향 땅에 묻힌다는 것은 조상의 품안에 돌아간다는 뜻과도 같다. 말하자면 독특한 조상숭배의 감정에서 나오는 오래된 풍습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망향의 동산」에 묻히게 된 고혼들에게는 더욱 애절한 조국에의 비원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피맺힌 나라 없는 설움을 안고 죽어간 넋들이다.
자랑스런 조국의 땅에 묻히지 못하는 것을 오죽이나 천추의 한으로 여기고 있었을까.
이제 그들에게도 아늑한 안식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이역의 고혼들이 마음놓고 눈을 감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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