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기민 백중지세 열기 없는 서독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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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투표 날을 1주일 남겨놓고 있는 서독 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민당·자민당의 현 연립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재집권할지, 혹은 기민당·기사당이 7년간의 야당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정권교체를 가능케 할 것인지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전이 막상막하로 계속되고 있다.
기민·기사 보수 자매당이 지방선거의 계속된 승리에 힘입어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전에 출발하여 선전해온 데 비해 계속된 당내 분으로 인한 잡음과 인기하락세에 빠져 고전해왔던 사민당은 몇 달 전에 비해서 전열을 정비하여 집중적인 선거전을 벌이고 있으나 여전히 고전중이다. 게다가 선거막바지에 이웃「스웨덴」선거에서 사민당세력이 44년만에 패배, 그 여파가 서독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선거전망은 더욱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 선거초반전에서 과거의 선거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특기할만한 두 가지 현상은「국민의 선거에 대한 열의가 줄어졌다」는 점과 여야간에 쟁점을 잃은「선거의 주 쟁점 부재」다.
지난 1972년 선거때는「뵐·그라스」등의 많은 저명인사들이 자진해 나와 열띤 선거운동을 벌여 적극적으로 나타낸 선거관심도에 비하면 이번 선거에서 보이고 있는 국민의 관심과 열의는 미지근한 상태로 선거에 나선 정당간에 생기는 적대감과 공격의 강도 역시 약해져서 풀이 죽은 선거분위기로 일관되고 있는 인상이다.
4년 전 선거에서 전 유권자를 감동케 해주고 사로잡던「브란트」의 동방정책 같은 묵직한 선거주제가 없는 이번 선거는 각 정당이 내어놓은 선거구호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사민당 정부의 사회주의화할 위험성울 강조한 기민·기사당의「사회주의대신에 자유를」이란 구호는 독일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서독유권자에게 박진감을 주지 못한 구호이상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또 사민당은 지금 서독이 누리고있는 정치·경제의 안정을 내세워 다른 나라의 본보기라고『모범국「도이칠란트」의 구호로서 지난 7년간 사민당·자민당연립정부의 지적을 자찬하지만 득표효과에 큰 영향을 못 주고있다.
결정적으로 선거의 대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요소가 없는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는「스캔들」이 쟁점처럼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물중심의 대결이 선거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지만 사민당의「헬무트·슈미드」수상의 인기나「헬무트·콜」기민당 당수의 인기가 엇비슷하여 혼전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이처럼 팽팽한 기민·사민당의 대결에 파문을 일으킨다면 이러한 사건들보다는 19일에 있었던「스웨덴」선거결과일 것이다. 「스웨덴」에서 사민당이 보수·중도연합세력에 패퇴한 사실은「유럽」전체의 사민당세력의 퇴조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했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서독유권자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선거결과가 서독 사민당에 어느 정도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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