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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가 세계여론 의식케 유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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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단국가에서 현실적으로 통일의 전망이 어려울 때면 우선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단국문제 한독학술회의에 참가한 서독의 외교문제전문가 「E·마요니카」박사(47)가 말했다.
지난24일부터「타워·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평화통일연구소 주최의 제2차 한독학술회의에 참가하고 있는「마요니카」박사는 27일『분단국의 쌍무 및 다변 동맹체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72년까지 20년 동안 서독 기민당 소속 하원외교위원을 지낸 그는 기민당 외교문제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정계에서 물러난 후 그는 서독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본」대학에 출강하는 한편 신문과 외교잡지에「칼럼」을 갖고 있다. 1960년 동경 IPU회의 때 「수미트」현 서독수상과 합께 참석했다가 한국을 방문한데 이어 그의 방한은 두 번째. 다음은 26일 중앙일보와 가진 「마요니카」박사와의 회견요지다.<김동수 기자>
-한국과 독일은 다같이 2차 전의 결과로 분단국이 되었는데 독일의 경우 「브란트」전 수상의 동방정책의결과 그런 대로 공존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간신히 시작했던 남북대화는 북괴 측의 태도변화로 현재 중단상태에 있다. 분단국의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가?
『독일의 경우 동서「유럽」의 통합 내지 완전한 공존상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통독이란 불가능하다. 이건 동독의 완강한 태도 때문만이 아니라 두 차례 대전으로 통합된 독일을 두려운 눈으로 보는 일부 서구 국가들의 반대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가 이 정도로 안정된 것은 서독의 동방정책의 대상이 소련이라는 단일 강대 세력이었다는 사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는 북괴를 지원하는 세력이 둘인데다가 서로가 적대관계에 있기 때문에 동방정책유의 관계정립이 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가지 한국과 독일 분단상대의 차이점은 독일이「유럽」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서 세계여론의 초점이 되고있는데 반해 한반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북괴의 태도가 강경하고 그 성격이 호전적이지만 그들은 세계여론을 개의치 않는다. 동독은 비록 자기들이 북괴처럼 행동하려해도「유럽」의 눈초리를 의식해서 그렇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북괴로 하여금 세계여론을 의식하게 유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정치적 교류를 확대해야된다. 동서독은 우편교환·전화통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뿐 아니라 1백만 명 이상의 동독인들이 이미 서독을 방문했다. 모두 은퇴한 노인들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 저쪽사회가 보다 개방적이 되면 세계여론에도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곳이다.』
-남북대화가 재개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비슷한 방법이 되겠는가?
『그렇다. 동독이 서독의 접근을 받아들인 것은 서구의 기술 및 상품도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불가피하게된 이유는 동독이「유럽」중심부에 있어서 국민들이 신문·방송·「텔레비전」·여행자들을 통해 서독생활수준이나 자유로운 사회체제를 알고있기 때문이다. 속일 수가 없으니 동독 국민들에게도 서구사람들이 즐기는 문명의 혜택을 어느 정도는 공급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괴의 경우는 완전히 폐쇄된 사회여서 외부세계의 상황을 그쪽 국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내부의 압력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 압력을 키우는 길은 이쪽 사정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 즉 문화적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동독사람의 4분의3은 서구의「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집 위에서 있는「안테나」를 보면 모두 서구쪽 전파를 수신하도록 설치되어 있다.』
-모 사후 중공의 외교정책이 어떤 성격을 띠느냐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크게 좌우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모택동의 후계자로 강경파와 온건파 중 어느 쪽이 들어서든 간에 외교정책은 벌로 변할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중공외교의 기조는 대소통일전선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소련에 대한 대결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아시아」안에서 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분쟁충돌이 일어나면 그만큼 중공의 관심이 분산되어 대소대결태세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의 사후에도 북괴의 모험을 견제하려는 중공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분만된 두 나라에서 군사동맹체제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또 분단국의 통일에 미치는 영향은?
『독일의 경우 동서 양 진영의 동맹은 질적인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방동맹체제는 서독으로 하여금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허용했다. 이 체제는 우선 현상을 유지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확대하며 장기적인 통일목표를 추구하도록 했다. 따라서 서독은 통일보다는 긴장완화와 화해에 정책적인 중점을 두었다. 이에 반해 동독은「내셔널리즘」을 선전하면서도 국가이익추구에 정책의 우선을 두지 않았다.
그들은 동서독분리와 공산화에 정책적인 중점을 두었다. 동독지도자들에게 있어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들 소수지도자층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소련이나 동구와의 동맹체제를 이 목적에 이용했다. 동서독의 기본적인 차이는 서독이 국민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며 외교정책을 추구하는데 비해 동독은 국민의 의사를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있어서도 가기 동맹체제의 성격이 동서독과는 다르지만 같은 분단국이라는 데서 독일의 경험은 남북한문제 해결에 상당한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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