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국산영화는 왜 안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산영화의 저질화와 이에 따른 관객들의 국산영화외면은 많은 영화인들의 자생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좋은 외화를 볼 수 없다는 관객들의 불만은 영화수입창구의 일원화를 가져왔다. 『왜 국산영화는 재미없으며 좋은 외화는 수입되지 않는가?』 13일 Y시민논단(YMCA주최) 은 이런 문제들에 관해 변장호씨(영화감독)와 김종원씨(영화평론가)의 의견을 들었다.
영화제작의 일선에서 일동하고 있는 변장호씨는 국산영화저질화의 원인으로 먼저 73년 개정된 영화법을 들었다. 영화진흥공사의 설립과 영화제작의 기업화를 추진할 목적으로 개정된 영화법은 결국 14개 영화사에만 영화제작권과 외화수입권을 주어 국산영화의 제작을 외화수입 「코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1편 당 1, 2억 원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외화수입권이 4천만 원의 프리미엄으로 밀매되고 있는 현실을 밝힌 변씨는 영화법 개정이후 약1백20편의 외화수입에 따라 약50억 원에 달하는 특혜가 14개 영화사에 돌아갔으나 이는 전혀 국산영화제작에 재투자되기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부 영화 제작자들의 횡포와 함께 낡아빠진 영화 기재들도 국산영화의 진로를 막고 있다. 여기에 PD제(개인제작)를 불가능하게 만든 개정 영화법은 결과적으로 우수 영화의 출현을 막았다고 변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변씨는 『이번 외화수입 창구의 일원화에 따라 14개 영화사에 돌아갔던 외화수익이 다소라도 영화진흥공사에 흡수되어 국산영화제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영화진흥공사가 현 KBS건물을 인수, 80년도에 완성할 계획으로 있은 영화 종합 「센터」가 들어서면 현재의 기촌 등도 개선될 것』이타고 내다봤다.
변씨는 또 현재 영화업자들이 일본에서 원어로 된 「필름」을 보고 그 흥행성만을 따져 수입해오던 외화도 이번에 수입창구가 일원화됨에 따라 좀더 예술성을 갖춘 외화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영화작가에 의한 영화제작을 금하고 있는 영화법은 꼭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변씨는 영화금고의 설치와 무정견한 검열의 완화 등을 아울러 촉구했다.
한편 그 동안의 저질영화가 대중정서에 미친 나쁜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한 김종원씨는 좋은 영화를 몰수 있는 풍토의 제도적 마련과 외화수입 업자의 자세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 영화계의 사양이 ①TV「프로그램」의 다양한 개발 ②「레저」산업의 다양화 ③무기력한 영화기법의 식상 등에 기인했다고 분석한 김씨는 『그러나 세계적 추세로 보아서도 좀더 이색소재 등을 찾아 노력하면 우리 나라 영화계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역시 현행 영화법은 상당한 문젯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김씨는 현 영화법의 개정은 모든 영화인들의 최대관심사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번 외화수입 창구의 일원화에 따라 좋은 외화수입의 전망은 밝아졌으며 업자들의 부조리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외화선정 심의의 획일화 등으로 관객들에게 강요된 내용을 보여줄 우려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영화인들의 철학부재는 아직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 김씨는 영화비평과 영화 「저널리즘」의 확립을 촉구하고 검열의 완화를 주장했다.<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