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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을 가진 「유연대응」|제31차 유엔총회 21일 개막…한국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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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21일 개막되는 제31차 「유엔」총회를 앞두고 박동진 외무부장관이 11일 현지 득표활동과 전략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떠남으로써 한반도문제에 관한 서방 및 공산 측 결의안을 둘러 싼 남북한간의 교전이 또다시 열기를 뿜기 시작했다.
이번 총회에 임하는 정부의 기본자세는 한마디로 토의지양이다. 사정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작년 같은 표 대결의 곤욕을 치르게 될지는 모르지만 토의지양을 위해 「유엔」총회 절차 속의 모든 기회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출국 전 공항회견에서 『유엔총회 개막직후 열릴 운영위원회에서 대다수국가가 토의지양을 지지하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토의지양」을 위한 첫 번째 기회인 운영위에서는 ▲서방 및 공산안의 토의연기 ▲서방 및 공산안의 의제채택저지 또는 ▲공산안의 의제채택봉쇄 등을 꾀할 수 있고 이런 전략은 정부가 현재 모색하고 있는 방안들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고려근거는 박 장관이 말한 대로 현재 구성단계에 있는 운영위 윤곽이 우리측에 유리하게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안배되는 12개 부의장국가 중 아주지역 2, 「아프리카」4, 「라틴아메리카」3, 동구 1개국 등 10개국은 후보로 확정됐고 서구 및 기타지역에 배당된 2개국 자리를 위해 현재 3개국이 경합하고 있다.
따라서 운영위 멤버로 확정됐거나 또는 확실시되는 의장국 1개국,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부 의장국 13개국(이중1개국은 탈락예정) 등 모두 19개국.
이들의 투표성향을 작년총회의 경우를 들어 분석하면 ①한국 측 결의안에 대해 ▲찬성11개국(이중7개국이 공동제안) ▲기권2개국 ▲반대6개국이며 ②북괴 측 결의안에는 ▲찬성6개국(모두공동제안) ▲기권4개국 ▲반대9개국으로 돼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선출될 7개 위원회위원장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운영위 「멤버」는 현재로서 한국 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만은 사실이다.
운영위는 25일 이내에 의제채택과 조정, 그리고 의제의 위원회배정을 하게된다. 지난 8월21일과 16일 각각 제출된 한반도문제에 관한 서방·공산안의 의제채택과정이 있게될 것이며 여기에서 남북한을 각각 지원하는 세력간의 실력대결이 예상된다.
작년결과로 보아 「유엔」이 한국문제를 의제로 삼아 토의한다는 것이 비생산적이고 유엔전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서방측은 표결에 자신이 있게 되는 경우 이 과정에서 양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리라고 낙관하기는 작년 예만 보아도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작년 운영위의 의제채택과정에서 공산안은 17대 0으로 가결되고 서방안은 북괴 측의 저지기도가 있어서 찬성9·반대8·기권7로 어렵게 채택됐다.
다시 말해 특별한 영향력이 행사되지 않는 한 일단 제출된 안건은 토의되어야 한다는 회원국들의 기본 입장 때문에 의제채택저지는 실제로 어려운 일이며 특히 서방안만 채택하고 공산안은 봉쇄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로 보인다. 실패하는 경우의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이 클 것임은 물론이다. 한반도문제가 회부되어 10월말이나 11월초부터 다루어질 제1(정치)위원회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표의 지양방식은 ▲제26차 및 27차 총회 때와 같은 토의연기 ▲제28차 총회 때와 같은 합의성명 ▲서방 및 공산 측 결의안의 통합 ▲토의를 최대한으로 지연시켜 종국적으로 토론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같은 모든 토의지양기도는 물론 우세한 표세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작년 정치위에서 ▲서방안은 찬성59·반대51·기권29표로 ▲공산안은 54·43·42로 각각 통과됐다.
정부가 운영위뿐 아니라 정치위에서 토의연기를 검토하게된 것은 ①북괴지지가 예상되던 비동맹경상회담의 분위기가 그렇지만도 않았고(정치선언의 한국관계조항 및 북괴제출결의안에 대해 지지를 유보한 나라가 24개국) ②북괴의 8·18판문점사건유발 등으로 북괴에 불리한 여건이 생겼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은 「키신저」국무장관, 「럼스펠드」국방장관, 「스크랜튼」주 「유엔」대사 등 미 고위관리가 「아프리카」를 집중순방, 한국문제표결에 나타났던 반미감정이 완화되고 한국경제력 신장에 따른 아·중동국가들과 의 관계개선 등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운영위와 정치위에서의 토의연기 전략이 불발할 경우 남는 것은 제3단계로 정치위의 표 대결로 귀결된다.
우리의 기본입장이, 한국문제의 탈 「유엔」인만큼 최선을 다해 토의지양을 시도할 것이지만 올해도 작년 같은 표 대결로 끌려들어 갈 공산이 크며 그럴 경우 양측결의안이 모두 통과될 것이라는 게 관측자들의 전망이다. 박 장관의 말대로 올 가을 「유엔」은 운영위가 열려봐야 확실한 전망이 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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