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1년 동안 1명도 없어 연간 30여명이 투신하던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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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 영도의 자살바위(태종대공원 남단)에서 자살자가 없어졌다.
이곳에선 한해 평균 30여명이 바다에 투신,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바위란 이름이 붙여졌던것. 그러나 지난해 9월 영도구청이 절벽 위에 넓이 1백 여 평의 전망대를 만들고 주민들의 성금으로 모자상(母子像·좌대포함 높이1m 80cm)을 세운 뒤 목숨을 끊으러 이곳을 찾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이 바위는 깎아지른 듯한 높이80m의 절벽이고 그 밑으로 바다가 넘실거려 한번 떨어졌다 하면 되돌릴 수 없는 곳. 대리석의 모자상이 세워지기까진 구명사 란 조그만 암자가 있어 정보련보살(46)이 이곳을 찾는 남녀를 달래 마음을 돌리게 하고 미처 손을 쓰지 못했을 경우엔 경찰에 신고,시체처리를 하게했던 것이나 정보살도 모자상의 건립이후 자살하려는 일이 없어지자 얼마 전 암자를 1km쯤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수도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하오 목숨을 끊으러 이곳을 찾았다 마음을 돌린 김모양(20·충남)은 이 모자상에 감명,새로운 삶을 결심했다는 것.
김양은 실연의 상처를 달랠 길 없어 이곳까지 왔으나 훤하게 트인 수평선과 어머니가 어린 아들,딸을 안고 있는 자애로운 모습에 생의 숭고함을 깨닫고 살아야겠다는 의욕을 다시 찾았다며 영도경찰서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호소했었다는 것.
암자를 옮긴뒤도 가끔 자살바위를 찾는다는 정보살은 모자상이 세워진 뒤 몇시간이고 수평선을 바라보고 모자상 주위를 맴돌다간 되돌아서는 남녀를 여러 차례 보았다는 것.
정보살은『어머니의 사랑 앞엔 죽음의 결심도 무력해 지는 것 같다』며 흐뭇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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