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기 불시착에 사각 드러낸 일본-재론되는 방위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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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김경철특파원】소련의 「미그」25기 일본 불시착 사건으로 일본 방공체계의 사각이 드러나 일본 조야에서 방위논의가 새삼 활발해졌다. 「미그」25기가 이륙한 「시베리아」「소콜로프카」기지에서 착륙지인 일본 「하꼬다데」공항까지는 8백㎞인데도 일본 항공자위대의 「레이다」는 결과적으로 이 「국적불명의 전투기」추적에 실패했다. 이번 사건은 실전이 아닌 불시착이었으나 소련 공군기가 일본에 기습을 감행한 것으로 가정하면 「일본은 당했을 것」은 명백한 것이다.
이같은 점은 일본 고위 당국자들도 시인하고 있다. 자민당의 매파의원들은 『만일 소련폭격기가 침범했다면 일본열도 어느 곳인가는 잿더미가 됐을 것』이라고 흥분, 방위체제의 재검토를 중심으로 한 방위력 강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미·일 안보체제에서 유사시 일본열도의 방위책임은 1차로 일본에 있으며 어떤 사태에도 안보조약으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견지해 왔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레이다」기지가 20여 곳에 있으나 저공비행 「미그」25기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레이다」기지는 서북쪽에서 북해도 에로의 침략을 취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비행기를 「체크」했었으나 그후 일본열도에 더욱 접근해 「하꼬다데」상공에 나타났을 때까지 30분간은 행방을 놓쳤었다. 「레이다」는 고도5백∼6백m의 저공비행기의 포착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본열도 주변에는 국적불명 항공기의 출몰 건수가 연평균 2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미그」25 탈출 후 그 빈도는 한층 높아져 하루 2∼3건씩 모두 9건이었다.
일본방위청에 따르면 극동에 배치된 소련의 공군력은 작전기 2천10대(폭격기5백80대, 전투기 1천3백대, 대체기 1백30대)에 이르고 해군 소속 항공기만도 3백50대 정도라는 것이다. 더우기 일본군사 소식통은 작전 행동 반경이 1천1백30㎞에 이르는 「미그」25기 중 「모스크바」본토 방공대에 요격형 「미그」25A(이번 불시착기와 동형)가 2백대가 있고 정찰형 「미그」25R가 전선 항공부대에 약50대 배치돼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전 일본열도를 행동권 내에 넣고 있는 「미그」25의 극동전선 배치는 올 년말부터 시작되어 지금 1개 중대인 20대 라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 항공자위대 보유 전투기는 F4EJ69대·F104J 1백79대·F86F 2백61대 정도다.
전후 31년간 평화를 누리며 자위대의 위헌론까지 대두되는 가운데 일본은 자체 방위력을 길러왔고 미국과는 극동 방위 분담론까지 활발히 전개 해 왔다. 이번 사건에 과잉반응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있는 반면, 자위대의 반성론을 지적하는 여론도 높다. 자위대의 지휘관인 방위청 장관에게 보고하기까지 사건 발생 후 1시간30분이 걸렸고 군의 최고 지휘관인 수상에게 보고된 것이 3시간 30분 후였던 것을 지적, 「요미우리」신문은 『평화 「무드」속에 싸여있는 자위대의 기풍을 바로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대형 「레이다」를 적재, 적기의 저공비행을 포착할 수 있는 조기 공증 초계기(AEW)와 고성능 전투기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고있다.
이번 사건은 일본인 다수의 가슴속에 잠재해 있는 군국주의를 한층 자극시켜 국방강화론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될 것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는 야당에선 벌써부터 4차 방위계획 후의 군비 강화론을 경계하고 심지어 일본의 「비무장중립」「중립평화」론 등을 들고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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