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 간직한 희랍사 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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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의 누옥 1층과 2층에 분산,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정확히 헤아릴 길이 없으나 6, 7천권은 될것 같다.
일제하 동북제대를 다닐 때부터 열심히 모았던 대부분의 책을 전쟁동안 잃어버렸다. 항아리 속에 책을 담아 지하실에 은폐시킨 것을 북괴군이 찾아 모두 없애버린 것이다.
그후 미국과 그리스를 여행하며 서양사, 특히 희랍사 관계서적을 많이 구입했다. 그리스 아테네 신전 옆의 아메리카 고고학연구소에서 복사해온 4백여점의 희랍사 자료는 나 혼자만이 사용하는 밀실에 간직돼 있다.
나는 내 서가의 책 중 플라톤의 『심포지엄』과 투키디데스의 『역사』를 성서처럼 위한다. 왜냐하면 전자는 나에게 항상 아카데미즘의 원리를 생각케 하고, 후자는 역사학도인 나에게 시대를 통해 진실만을 전해야하는 역사의 의미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양서가 8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사에 관한 책도 약 1천권 가지고 있다.
이밖에 철학관계 서적도 약간 갖고있지만 소개할만한 귀중본이나 유일본이 없는 것이 내 서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현재는 파리에 있는 여식으로부터 구미사학계의 서적을 구입, 서가의 가족을 늘려가고 있다. 【조의설 박사<서양사·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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