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설』합리화 꾀한 호도책-심상찮은 북괴의 최근 동향…한-일 전문가들의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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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18사건은 대외전략보다는, 체제결속의 강화라는 내적인 문제에 더 역점을 두어 일으킨 것 같다.
북괴는 최근 대내결속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상황에 부딪쳐왔다. 지금 북괴가 당면한 최대난제는 후계자문제와 경제사정이다.
공산주의는 정권을 순탄하게 넘겨줄 제도적인 보장이 없다. 따라서 어느 나라나 나상의 권력투쟁이 불가피하다. 김일성의 후계가 어떻게 낙착되느냐에 따라 북괴의 체제에 다소 변화가 올 것이 예상된다.
지금으로서는 김정일에게 돌아가느냐, 아니면 집단지도제가 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후자로 될 가능성이 짙다. 공산당 조직의 특수성으로 보아 다시 일인체제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다.
약 20억달러의 외채를 상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북괴경제에 어느 정도 심각한가에 대해서는 각각 판단이 다르다. 최근 북괴를 다녀온 어느 외국인학자가 그 정도의 외채로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북괴경제는 한계점에 이른 것 같다. 중공업 등 전쟁용 경제체제에만 역점을 두어 민수용 소비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이른 것 같고 지금 체제로는 위기를 극복하기도 어렵다. 외자조달이 안되고 기계가 노후하며 기술이 낙후돼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그런 모순이 지금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정치·경제적인 어려운 상황에선 8·18사건이나 내외국인의 출입통제·전시태세 등 대내적인 긴장조성과 대외적인 강경자세가 불가피하다.
국제무대에서는 콜롬보 비동맹회의의 여세와 제3세계의 지지를 배경으로 외교전을 적극화할 것이 예상되나, 올 가을 유엔에서 북괴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반도문제는 큰 진전을 기대키 어렵고 따라서 작년과 같은 선에서 정돈상태가 반복될 것이다.
김일성이 8·18사건에 크게 양보하고 행동을 누그러뜨린 듯한 인상을 주고있으나 본질엔 변함이 없다. 미국의 무력시위 앞에 유연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한국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여 남북대화의 재개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북괴를 방문, 김일성을 만나고 돌아온 일본인 학자를 만났는데 그는 김이 자기에게 한국의 현정권과는 대화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고 들었다.
북괴는 앞으로도 흐트러진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 대외적인 강경자세를 계속 끌고 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인 정책전환도 기대키 어렵다. 【한배호(고려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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