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독도의 바다 포유류-자연보존협회 학술조사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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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도에는 어떤 생물이 얼마나 살고 있을까? 과연 바다사자는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자연보존협회(회장 이덕봉)의 학술조사단(단장 원병오)이 지난 27일부터 2일 동안 독도일대를 조사했다.
독도는 그 지형적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학술적인 가치가 높지만 지난47년과 58년에 부분적인 조사가 실시됐을 뿐이기에 생물학자들은 그간의 생물변태상이 더욱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 12명이 참가했으나 워낙 조사기간이 짧은데다 조사지역의 제한과 악천후로 기대했던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는 게 조사단의 자평.
박만규 박사(전 고대교수·양치식물)·이일구 박사(건대교수·식물생태)·이창복 박사(서울대교수·종자식물)등이 참가한 식물조사반에서는 채집결과 60종으로 알려져온 독도식물 분포상에 억새·쇠비름·강아지풀 등 새로 15종을 추가시켰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식물은 분화구 주위에 널리 자생하고있는 해국으로 밝혀졌다.
독도는 해안식물과 산지식물이 공존하고 있긴 하지만 수목이 자라지 못하는 탓으로 도깨비고비 외의 양치식물은 볼 수 없었다.
조사단의 공통된 의견은 『우리나라 주변도서 가운데 독도처럼 생물상이 단순하고 빈곤한 섬은 처음 본다』는 것.
동물의 경우 조류반의 원병오 교수 팀은 괭이갈매기·바다제비·알락도요·바다직박구리 등 8종 87개체를 관찰했는데 특히 바다제비는 동해안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원 박사는 이를 계기로 독도를 거제군 홍도, 부안군 위도, 신안군 칠발도, 강화군 대송도 등과 함께 해조류의 번식지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주목적이었던 바다포유류는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독도근해는 자유당시절 「독도해구신구득의 건」이라는 공문이 내려올 정도로 바다포유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근년에 이르러 거의 자취를 감춘 것.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서도 근처의 가재바위에서 4마리의 물개가 발견되었으나 그후론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훈수 교수(서울대)는 독도 근해는 1년 내내 난류의 영향을 많이 받고있어 도화새우·가시배 새우·붉은 대게·미역 등 해양자원이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18년만에 실시된 연합(?)학술조사라는데 의의가 있었을지 모르나 독도가 갖는 군사적·외교적·역사적인 중요성에 비추어 좀더 광범하고 체계적인 종합학술조사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독도에서 신종오·이창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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