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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암 면역요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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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류의 끈질긴 도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좀체로 그 정체를 드러내 놓지 않은 채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년 60%이상씩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암 학자들은 결코 비관하지 않고 세계도처에서 암 퇴치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우기 암과 면역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암 면역학의 발전으로 암의 완전정복에 기대를 거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른 질병과는 달리 암은 인간의 세포와 다를 바 없는 세포로 구성되어있고 또 마치 생명을 가진 듯 자꾸만 성장을 한다. 단지 난폭하기 짝이 없는 『미친 세포』인 것이다. 그래서 마치 악화가 양화를 내쫓듯 우리 몸에서 정상세포를 몰아내고 마침내는 생명을 앗아간다.
왜 『미친 세코』가 몸 안에 생기고 성장까지 하는가. 지금까지는 몸 안의 정상세포가 발암물질 같은 환경적 요인이나 바이러스 감염 또는 유전적 요인·만성자극·돌연변이 등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미쳐버린 암세포로 변형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면역감시기능(일종의 질병의 공격에 대한 사람의 방어능력)이 약화되어서 정상세포가 제멋대로 성장하는 암세포로 바뀐다는 설이 지배적이라고 김동집 박사(가톨릭의대 냇과 부교수)는 말한다.
암 연구소로 세계에서 가장 이름난 미국의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2년 동안의 연구생활을 마치고 지난8월 중순 귀국한 김 박사는 암의 발생 및 치료에 있어서 우리 몸 안의 면역방어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집계된 1백76명의 자연치유 암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역반응과 관계가 깊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라든지 선천적으로 면역능력이 결핍된 환자에서 암 발생률이 높은 점, 암환자 중에 면역반응능력이 저하된 환자에서 암세포의 성장이 훨씬 빠른 점, 면역억제제 투여로 면역감시기능을 떨어뜨렸을 때 암 발생률이 치솟는 점등을 그 증거로 설명한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욋과적 수술과 방사선욧법 그리고 화학욧법이 암 치료법이었으나 최근에는 면역욧법이 각광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김진복 박사(서울대의대 욋과 부교수)는 체내 암세포 수(암의 크기가 1㎝정도일 때 암세포 수는 약 10억개일 것으로 추산됨)가 1억개 이하일 때 면역욧법이 유효하다면서 현재 암종을 욋과적 수술로 떼내고 면역욧법을 시행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라고 밝힌다.
김 박사가 소개하는 면역욧법에는 면역 보조약(BCG·피시바닐) 등을 투여하는 방법, 암에 대항하는 항체(항암체액성항체)의 주입법, 감작백혈구의 주사욧법, 특정 암에 특수 감작된 임파구나 임파구 추출물의 주사욧법, 암세포 자체로 하는 능동면역욧법 등 5가지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BCG를 투여하는 방법과 용혈성 연쇄상구균을 건조시킨 피시바닐(8월26일·일부지방 27일자 본지4면 리포트란 소개)에 대한 임상실험이 진행중이다.
지난 72년 BCG욧법으로 좋은 성적을 낸바있는 허경발 박사(순천향병원 욋과 부장)는 4년 동안 50여명의 암환자에게 BCG욧법을 시행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면역욧법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균을 이용해서 떨어진 면역능력을 증강시키고 소위 잠자는 면역감시기능을 일깨움으로써 암을 퇴치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옳다면 앞으로 어느 때인가 암 예방주사가 나오고 말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할 것이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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